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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작심발언’ 꼭 그렇게 다 얘기해야만 후련했나


입력 2023.03.14 08:16 수정 2023.03.14 08:42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야구대표팀 2승 2패로 WBC 1라운드 탈락 수모

김현수 "대표팀 경험 없는 선배들이 쉽게 생각"

대표팀 주장 김현수. ⓒ 뉴시스

한국 야구가 3회 연속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 수순을 밟으며 굴욕의 역사를 다시 썼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중국과의 최종전서 22-2 5회 콜드 게임승을 거뒀다.


그러나 의미 없는 결과였다. 2승 2패를 기록한 대표팀은 호주(3승 1패)에 밀리면서 B조 3위를 확정,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B조에서는 4전 전승의 일본이 1위, 호주가 사상 첫 8강 진출의 결실을 맺으며 8강에 올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 대회를 통해 야구 인기를 부활시키겠다는 뚜렷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전지 훈련지 선택 등 준비 과정에서부터 적지 않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여유를 찾아볼 수 없는 선수단 내 경직된 분위기에도 우려의 시선이 쏠렸다.


결국 첫 경기였던 호주전에서 패하며 모든 것이 꼬이고 말았다. 특히 한국이 속한 B조는 일본을 제외하면 프로리그를 운영하는 국가가 없었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투잡’을 뛰는 아마추어 또는 세미 프로였기에 1라운드 탈락의 충격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강철 감독부터 고개를 숙였다. 이 감독은 중국전이 끝난 뒤 “제가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야구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서 안이한 플레이가 속출했다. ⓒ 뉴시스

대표팀에서 주장 역할을 맡았던 김현수도 아쉬움을 쏟아냈다. 김현수는 "선수들이 다들 준비를 잘했는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아쉽다. 마지막이라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마지막인 것 같다"고 국가대표 은퇴의 뜻을 밝혔다.


이어 "선수도 다 잘해줬고, 감독님도 정말 잘 맞춰주셨다. 내가 주장을 맡았는데, 부족함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부족한 탓에 선수들을 잘 못 이끌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후배들에게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다소 아쉬운 발언이 김현수 입을 통해 나왔다. 김현수는 "대표팀에 많이 나오셨던 선배들로부터는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는데 아닌 분들이 쉽게 생각하시는 부분들이 아쉽다"며 "우리와 같은 야구인이라 생각을 했기 때문에 더 아쉽다"고 소신을 밝혔다.


실제로 WBC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야구인들은 대표팀을 향해 쓴 소리를 내뱉어 팬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10년 넘게 대표팀에 헌신한 김현수 입장에서는 억울하면서도 섭섭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팀을 대표하는 베테랑 입장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탁된 대표팀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선보였고, 일부 선수들은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프로 선수가 맞나란 지적이 잇따랐다. 심지어 기본기 부족, 안이한 플레이, 몸을 사리는 모습 등 과거 야구 대표팀의 고유 컬러였던 진지함, 절실함마저 찾아볼 수 없었다.


성난 여론이 한국 야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주장 역할을 맡았던 김현수가 대표팀의 경험 여부 거론하며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자세를 보였다.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꼭 그렇게 할 말을 다해야 했을지, 소신발언도 타이밍이 맞아야 공감을 얻는 법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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