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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방 수장에 박사를 대거 기용한 까닭


입력 2023.03.26 07:07 수정 2023.03.26 07:07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中 지방정부 당서기 31명 중 60% 넘는 19명이 박사 출신

공학 박사(8명) 가장 많고 경영학·의학·이학 박사 등의 순

기존 양적성장 벗어나 질적성장 통해 고품질 발전에 방점

전문성 갖춘 박사 당서기, 고품질 발전을 이끌 중책 맡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지난해 10월 16일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 중국 CCTV 캡처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당중앙)는 지난 14일 후난(湖南)·안후이(安徽)·하이난(海南)성 3곳의 당서기를 새로 임명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3곳의 수장은 모두 박사 출신이다. 선샤오밍(沈曉明) 후난성 당서기는 의학 박사, 한쥔(韓俊) 안후이성 당서기는 농학 박사, 펑페이(馮飛) 하이난성 당서기는 공학 박사다. 세 사람 모두 자신의 전공인 의학·농학·공학 분야만 20~30년간 한 우물만 판 전문가다.


중국이 지방정부 수장(一把手·1인자)에 박사 출신의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들을 대거 전진 배치하고 있다. 기존 양적성장에서 탈피해 질적성장을 통해 경제력·과학기술력 등 종합국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고품질 발전‘(高質量發展)을 주창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영 신화(新華)통신, 매일경제(每日經濟)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 31개 성·직할시·자치구 당서기의 학력현황을 분석한 결과 박사 출신은 60%가 넘는 19명에 이른다. 전공 분야도 다양하다. 공학 박사가 8명으로 가장 많고, 경영학(3명)·의학(2명)·이학(理學·2명)·법학(1명)·역사학(1명)·경제학(1명)·농학(1명) 등이다. 매일경제는 “'박사'라는 타이틀은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보여준다”며 “지방경제·사회의 고품질 발전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가 이들이 맡은 중책”이라고 설명했다.


고품질 발전은 올해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핵심 키워드다. 시 주석이 전국인대 연설에서 강국건설, 민족부흥을 외치며 가장 먼저 언급한 것도 고품질 발전이다. 그는 인재육성과 혁신발전, 과학기술의 자립·자주, 산업 구조조정, 도농간 균형발전, 친환경 저탄소발전, 경제의 효율적 성장 등을 통해 경제력, 과학기술력 등 종합국력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들은 각 지역특색에 맞게 혁신을 모색하며 고품질 성장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방정부 수장에 테크노크라트들을 대거 기용하는 이유다. 이번에 후난·안후이·하이난성 1인자로 발탁된 박사들의 이력 역시 화려하다.


선샤오밍 당서기는 상하이 제2의과대를 졸업한 의학 박사 출신의 학자형 관료다. 거의 20년 간 소아과 전문의로 활동하며 상하이자오퉁(交通)대 부총장과 의학원 원장까지 지냈다. 그가 쓴 중국인의 건강 개선과 관련한 논문은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에도 실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1차회의 장쑤성 대표단 심의에 참석해 “고품질 발전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첫 번째 임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 신화통신 캡처

2008년부터 상하이에서 부시장과 푸둥(浦東)신구 당서기,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관리위원회 주임 등을 요직을 지냈으며 2016년 베이징 정가로 옮겨 교육부 부부장(차관)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하이난(海南)성으로 이동해 하이난성 부서기와 성장, 당서기로 차례로 승진했다.


농학 박사인 한쥔 당서기는 신산업 발전을 적극 모색하는 '농업대성‘(農業大省) 안후이성 수장에 적합한 인물이란 평가다. 시베이(西北)농대(현 시베이농임업과기대)에서 농업경제학 박사학위를 획득했다. 학창시절 쓴 논문 한편으로 '중국 농촌개혁 대부' 두룬성(杜潤生) 전 당중앙농촌정책연구실 주임의 '총애'를 받아 승승장구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등 주요 싱크탱크에 몸담아 농촌경제 이론과 정책연구에만 매진했다. 20년째 농업문제를 다루고 있는 당중앙의 ‘1호 문건’(최우선 국정과제) 작성에도 수년 간 참여했다. '중국농촌조사', '중국 현·향급 재정 및 농민 부담문제 연구', '중국 신농촌건설 조사' '중국 농민공 전략문제 연구' 등 저서도 냈다.


이어 경제·농업문제 최고정책결정기관인 중앙재경영도소조와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 판공실에서 부주임을 맡아 중국 국가5개년계획 초안 마련에 일조했다. 농업농촌부 부부장을 거쳐 2020년부터 지린(吉林)성장에 부임해 지방 행정수장 경험을 쌓았다.


펑페이 당서기는 톈진(天津)대에서 전력 및 자동화공정 박사학위를 받았다. 칭화(淸華)대에서 전기공정 및 응용전자기술 분야 박사후 과정도 밟으며 에너지·자동차·철강 등 산업경제 분야 연구에도 종사했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연구원으로 20년 넘게 일하며 산업경제를 연구하다가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차관)에 올랐다. 저장(浙江)성 부성장을 지낸 뒤 2020년 하이난(海南)성에서 부성장, 성장을 거쳐 이번에 당서기에 올라섰다.


중국 유인우주선 선저우 7호 프로젝트를 성광시킨 마싱루이 부총지휘관이 지난 2008년 9월 간쑤성 주취안 우주센터에서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다. ⓒ 중국신문사 캡처

과거 학교 재직 당시 당중앙 정치국 위원을 대상으로 에너지전략 및 전략적 신흥산업과 관련해 두 차례 강의를 했다. 펑 서기가 하이난성을 자유무역항으로 조성해 관광·면세뿐 아니라 의료·금융·우주개발·종자·신에너지 등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경제수도 상하이시 당서기 천지닝(陳吉寧)도 공학 박사다. 시 주석의 칭화(淸華)대 후배인 그는 정치국 상무위원 승진 코스로 알려진 상하이 1인자로 발탁돼 차기 최고지도부 자리를 사실상 예약했다.


천 당서기는 1993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토목·환경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칭화대 교수를 지낸 뒤 2012년 총장에 올랐다. 환경보호부장(장관)을 맡은 2015년에야 정계에 입문해 2017년 베이징 당부서기, 이듬해 베이징시장이 됐다. 지난해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정치국원에 선임됐다. 상하이시와 연고가 없고 정치이력도 짧은 그가 ‘깜짝’ 발탁된 데는 시 주석과 칭화대 동문이면서 테크노크라트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 베이징의 1인자인 인리(尹力) 당서기는 공중보건 전문가로 의학 박사다. 인 당서기는 산둥(山東)성에서 태어나 산둥대 의대를 졸업한 뒤 러시아와 미국에서 의학 공부를 했다. 지난해 11월 베이징시 당서기로 임명될 당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공중보건 전문가가 베이징 최고 직책을 차지했다”며 “그의 경력이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나는 베이징에서 주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


ⓒ 자료: 중국 매일경제신문

시 주석의 정치적 기반인 푸젠(福建)성 수장을 지낸 인 당서기는 중앙정부로 이동해 보건부 판공처주임,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장,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 부주임 등으로 일했다. 쓰촨(四川)성장을 거쳐 2020년부터 푸젠성 당서기를 맡은 그는 지난해 당대회에서 정치국원으로 선출됐다.


‘우주굴기’(崛起·우뚝 섬)에 ‘올인’하고 있는 중국에서 이를 최전선에서 이끌어온 이른바 '우주개발 스타'도 전국 주요 지역에 포진해 중국의 혁신형 국가로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주방'으로 불리는 이들 가운데 충칭(重慶)시 당서기 위안자쥔(袁家軍)이 대표적인 인사다.


지린(吉林)성 퉁화(通化)에서 출생한 그는 중국 항공우주(航空航天)부 산하 항공우주(空間)기술연구원 우주선 설계과를 졸업하고 공학 박사를 취득한 우주개발 전문가다. 1999년 중국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프로젝트의 부지휘관을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우주 소장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3년에는 선저우 프로젝트 총지휘관에 올랐고 2012년 닝샤후이(寧夏回族)족자치구를 시작으로 지방 관료의 길에 들어섰다. 2014년 저장(浙江)성으로 넘어와 부성장, 성장을 거쳐 2020년 당서기로 승진한 뒤 지난해 당대회에서 정치국원에 선임됐다.


신장위구르(新彊維族)자치구 당서기 마싱루이(馬興瑞)는 베이징·상하이·톈진·충칭 4대 직할시와 광둥성 당서기와 함께 정치국원을 겸한다. 2012년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지 10년만에 부총리급 반열로 올라섰다. 기층에서 중앙까지 승진에 30년도 다반사인 베이징 정계에서 이례적인 ‘로켓 승진’이다.

ⓒ 자료: 신화통신 등

그의 로켓 승진 배경을 우주 달탐사 지휘관이었던 이력에서 찾는다. 마 당서기는 2008년 선저우 7호 유인우주선 비행을 성공시켰고 그의 지휘 아래 선저우 8·9·10호 프로젝트가 연달아 성공했다. 2015년 홍콩 명보(明報)는 ‘우주방(航天幫)의 굴기’라는 기사를 싣고 마싱루이를 차세대 다크호스로 지목한 바 있다.


명보는 “지연과 후견인 찾기에 몰두하는 중국의 파벌정치로부터 자유롭다는 게 ‘우주방’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원자탄·수소폭탄·인공위성을 개발해 나라에 보답한다는 ‘양탄일성(兩彈一星) 정신’도 우주방 굴기의 든든한 밑천이 되고 있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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