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연루 일부는 '친명계' 의혹
5일째 침묵하던 이재명 결국 태세 변경
공식 사과하고 송영길 귀국 요청
與 "민주, 방탄당 시작해 돈봉투당 됐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특정인의 전당대회 당선을 위해 돈 봉투가 오가는 '금권선거'가 횡횡한 게 사실이라면, 민주적 정당으로써의 존립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선거법 위반과 비위 혐의 등으로 재판 혹은 수사 중인 상황으로 국민의힘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검찰의 기획수사' '정치탄압'이라던 민주당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태세를 변경했다. 1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이 대표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공식 사과했다. 최초 의혹이 보도되고 공론화된 지 5일 만의 일이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송영길 전 대표의 귀국과 함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정근의 개인 일탈"이라며 선을 긋던 송 전 대표도 태도를 바꿔 조만간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이 대표와 어젯밤 통화하면서 이 대표의 말을 충분히 이해했고, 내 입장도 충분히 설명했다"며 귀국해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도 이번 논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반응이다. 검찰은 지난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후보 측으로부터 돈 봉투를 받은 의원 10~20명을 특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중에는 소위 '7인회'라고 불리는 이 대표 최측근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이심송심'(李心宋心)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송 전 대표는 이 대표를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두 사람은 '한 배를 탄 운명'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이후에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를 이 대표에게 넘기고 지금의 민주당 체제를 만드는 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돈 봉투 살포' 의혹은 이 모든 것의 시작으로 이 대표 역시 관련성이 의심된다는 게 국민의힘의 판단이다.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조수진 최고위원은 "2021년 '쩐'당대회 당시 송 대표는 이재명계의 지원을 받았고, 이 대표의 대선 패배 이후 다섯 번이나 당선된 자신의 지역을 내줬기에, 이번 사태는 이 대표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이 대표는 '쩐'당대회 사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영호 최고위원도 "대장동 사건에 '그분'이 있었는데 혹시 돈 봉투 사건에도 '그분'이 있진 않은지 이 대표는 당장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고,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온갖 혐의 때문에 정치권의 도덕적 기준이 낮아지고 웬만한 범죄 혐의에는 무덤덤해진 서글픈 현실이지만, 그래도 돈 봉투는 예전이었으면 당의 간판을 내릴 충격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 나와 있듯 오빠, 형님 불러 대며 자연스레 돈 봉투를 언급하는 대화를 보면 민주당에서는 돈 봉투가 일상화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며 "당 대표 선거보다 더욱 중요했을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그보다 더한 돈 봉투 살포가 있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시작은 지역 토착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와 재판까지 이른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한 '비리방탄당'이었다. 이어 기회만 있으면 사이비 언론, 가짜뉴스 협잡꾼들과 손잡고 '가짜뉴스 제조·유통당'이 되더니만, 이제는 전당대회 돈잔치로 '더불어돈봉투당'이 됐다"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