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선관위는 헌법 위에 있고 법률 위에 있나"
윤재옥 "선관위, 불법 의혹 국민께 석고대죄해야"
박대출 "스스로 명예 지킬 마지막 기회 걷어찼다"
선관위 국조~오염수 청문회 여야 합의 재고 가능성
'아빠찬스' 의혹에 휩싸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전면수용'이 아닌 '부분수용'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반쪽짜리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전면 감사 수용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9일 오후 선관위가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문제만 감사원 감사를 받겠다고 발표한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어디서 그런 오만불손한 발상이 나오는지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선관위는 이날 오후 2시께부터 3시간 40여 분간 노태악 선관위원장 주재로 전원회의를 열고 감사원 감사 수용 여부를 논의했다. 선관위는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한해서는 감사원의 감사를 전격 수용했지만, 선관위 인사·직무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김기현 대표·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30여명이 모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초 과천 선관위를 찾아 규탄대회를 열려고 했던 계획을 변경해 국회 로텐더홀로 모였다.
김기현 대표는 "대명천지에 상상할 수도 없는 아빠찬스, 형님찬스, 근무지 세습, 공직 세습 등을 저질렀는데 하루 종일 논의해 나온 결과가 이건 받고 저건 안 받겠다는 것"이라며 "선관위는 헌법 위에 있고 법률 위에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 범위 관련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는 "헌법재판소는 이미 정치재판소로 전락한지 오래된 곳"이라며 "그런 데 기대서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해보겠다고 하는 노태악 위원장과 선관위원들이야말로 가장 빨리 청산돼야할 적폐"라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선관위 '부분수용' 결정에 대해 "반쪽짜리 결정"이라며 "국가 공무원으로서 최소한의 사명감이라도 있다면 선관위의 명백한 불법 의혹과 국민의 지엄한 평가에 대해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께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관위 지도부 전면 교체와 감사원 (전면) 감사는 선관위 중립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더 시급하게 이뤄져야할 사안"이라며 "더 이상 꼼수와 책임회피는 더 큰 공분을 가져올 뿐이란 점을 명심하고 전면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선관위가 스스로 명예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결국 걷어찼다. 일말의 양심도 없는 낯 두꺼운 행태"라며 "어떤 감사를 할지는 감사원이 결정할 문제이지, 선관위가 어떤 감사를 받을지 선택할 권리도, 자유도 없다"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선관위의 일탈과 폭주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감사원 감사를 부분 수용하면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고 하는데, 참으로 오만하고 뻔뻔한 선관위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내년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관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은 시급하다"며 "집권여당으로서 무너져 가는 선관위를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선관위 특혜채용 국정조사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청문회를 서로 주고받기로 합의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녀 특혜채용 의혹 및 북한 해킹 은폐 의혹 국정조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관련 국회 특위 구성 및 청문회 개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자는 국민의힘, 후자는 민주당이 요구했던 사안이다.
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전면 수용'을 압박한 국민의힘은 '선(先)감사원 감사, 후(後)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 '부분 수용'으로 입장을 정리한 만큼, 국민의힘이 '국정조사·청문회' 합의를 재고(再考)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가 큰 틀에서 선관위 국정조사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청문회 문제를 합의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을 특정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선관위 결정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여야 선관위 국정조사 합의'에 대해 "합의한 것이 아니라 계속 논의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논의할 것이 많아 합의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