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평균 보수율 0.47%…매해 ‘뚝’
ETF, 규모의 경제 미달…실적 영향 미미
임직원 위법 행위 적발…신뢰 회복 절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가 발생하면서 리스크가 다시 부상하는 모습이다. 증권사들과 자산운용사들은 1분기 실적 선방에 성공했지만 당장 2분기부터 악화될 처지고 차액결제거래(CFD) 문제와 자전거래(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동일 주체가 사고파는 행위) 의혹으로 검찰과 금융당국의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일부 회사는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소송에도 직면하면서 신뢰성 하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드리워진 위기의 그림자와 이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자산운용사들이 시장 활성화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 유입과 연금시장 확대로 운용자산(AUM) 규모는 불어나고 있으나 저보수 관행에 막상 벌어 들이는 수익은 벽에 직면한 양상이다.
위기극복을 위해 돌파구를 찾고는 있으나 ‘캐쉬카우(현금창출원)’가 마땅치 않아 고사 위기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업계는 각종 규제를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고 당국과 유관기관의 제도개선 노력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1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두고 금융투자협회에 대한 자산운용사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협회는 자산운용사들의 공모펀드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으나 자산운용업계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올 초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공모·사모펀드 시장 재생을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를 주창하며 ▲장기투자 비과세펀드 도입 ▲공모펀드 활성화 정책 추진 ▲머니마켓펀드(MMF)·성과연동형 운용보수펀드 등 자산운용사의 신상품 출시 지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서 협회장은 취임 후 100일을 맞아낸 소회문에서도 “공모펀드 경쟁력이 저하됐다”며 “금융투자업계가 보유한 좋은 상품이 더 효율적으로 설계·운용·홍보돼 국민과 기업 모두에 도움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 경쟁으로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데는 여러 제약이 많다”며 “(공모펀드의)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문제인데 운용사의 상품 경쟁력을 꼬집는 것은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이 규제 완화 요구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실적 저하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크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산운용사의 수수료수익은 89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940억원) 줄었다. 펀드수수료는 7336억원으로 7.4%(585억원), 일임자문수수료는 1576억원으로 18.4%(355억원) 각각 감소했다.
이는 운용보수가 떨어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공모펀드 시장 평균 보수율은 2019년 0.61%, 2020년 0.54%, 2022년 0.47%로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커지며 업계 성장성이 기대되고 있으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1분기 중 자산운용사들의 수탁고는 32조7000억원이 증가했는데 이 기간 KB자산운용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운용사들은 수수료 수익 증가세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ETF가 통상 공모펀드보다 운용보수가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ETF시장은 아직 규모의 경제에 미치지 못했다”며 “지금보다 최소 3배는 더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디지털 금융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펀드도 쉽게 매매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최근 한 세미나에 참석해 “(공모펀드도) 금융소비자 보호 기준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주식처럼 빠르고 쉽게 매매가 가능하도록 정책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 만큼이나 자산운용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온다. 특히 투자자 신뢰회복이 절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산운용사 임직원들의 위법 행위가 다수 드러난 바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올 들어 국내 자산운용사 임직원들의 펀드 매매 현황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 하고 있다. 지난해 논란이 된 일부 자산운용사 대표들의 차명계좌 투자 의혹 이후 또 다른 위법 행위자가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운용역이 책임투자 형태로 들어갔겠지만, 혹시 규모가 크거나 이상한 부분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뢰 저하는 투자 요인을 저해한다”며 “금융소비자와 고객 정보를 보호해 고객 수익성을 제고하도록 업계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