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경 사퇴 열흘 만에 선임…친문계로 분류
이재명 "이름부터 역할까지 모든 것 맡길 것"
당내선 "조화롭게 잘 논의할 것" 기대감과…
"정당 상황 잘 아는 분 합류해야" 우려 공존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을 이끌 인물로 선정된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향한 기대와 우려가 당내에서 교차하고 있다. '여의도 문법'을 모르는 김 혁신위원장이 혁신을 이끌게 된 만큼 실질적인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한편, 민주당이 처한 현 상황에서 정무적인 판단이 개입돼야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다수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개혁을 제대로 이끌어나갈지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제기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은경 신임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회에 "당과 정치를 새롭게 바꿀 수 있게 이름부터 역할까지 모든 것을 맡기겠다"며 "지도부는 이 혁신기구의 개혁안을 전폭 수용해 새롭게 거듭나는 민주당, 유능하고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혁신기구 안에서 명칭이나 과제, 역할을 다 논의해서 정하도록 했다"고 강조하며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전날 민주당의 혁신위를 이끌게 된 김 위원장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시절 당시 당무감사위원으로 활동했고,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선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이 같은 경력으로 말미암아 김 위원장을 친문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현재 당 주도권을 둘러싼 친명과 비명 간 갈등이 깊어지는 만큼 지도부가 비교적 계파 색이 옅은 김 위원장을 선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인선은 지난 5일 혁신위원장으로 지명됐다 과거 '천안함 자폭' 발언으로 하루 만에 사퇴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대체하기 위해 이뤄졌다. 이 이사장 사퇴 이후 이번 인선까진 열흘이 걸렸다.
혁신위의 역할과 구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당내에선 '돈봉투·김남국' 사태로 불거진 당내 도덕불감증에 대한 우려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에서 촉발된 굴욕 외교 문제 등 흔들리고 있는 당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큰 혁신의 칼을 휘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다수다.
특히 비명계에서는 혁신의 범위에 친명계 중심의 지도부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내놓을 혁신안과 메시지에 당의 모습이 뒤바뀔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혁신위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만큼 당내에선 수장으로 임명된 김 위원장을 향한 기대의 시선이 감지되고 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BBS라디오에 나와 "혁신기구는 기득권 타파, 대표성 확대, 정치윤리 강화, 당내 민주주의 강화 등 크게 네 가지의 목표로 활동을 한다"며 "(김 위원장께서) 아마 네 가지 부분을 잘 조화롭게 고민하시고 논의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고 말했다.
윤건영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에서 "지금 민주당이 혁신을 해야 한다는 데에 당내 누구도 이견이 없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민 눈높이에서 고민하면 길이 보일 것"이라며 "여의도 시각이 아니라 국민 시각에서 판단하고 실천하면 혁신위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물들지 않은 김 위원장이야말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이란 걸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김 위원장의 선임과 관련해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한다. 혁신위의 제1과제인 친명과 비명 간 계파 갈등을 중재해야 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선 정무적인 감각이 필수적인데 이 같은 능력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혁신을) 위원장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위원들을 구성해서 함께 협의해 가는 체제로 운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정무적 판단, 정당 상황을 잘 아는 분이 함께 합류해 치열한 논의들이 도출됐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이) 어떤 탈바꿈을 해야 사랑받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얻고자 혁신위를 띄웠기에 어깨가 많이 무거우시겠지만 함께 길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김종민 의원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혁신위는) 일단 1번이 기득권 방탄 정당이라고 하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떨궈내야 한다"며 "진짜 심도 있는 토론을 한번 해봐야 한다. 지난 1년과 나머지 총선까지 1년을 전망해보면서 지금 '이재명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 바뀔 의지가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혁신기구에서 이런 논의가 나올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나와야 한다"며 "국민들이 다 지금 기다리고 있거나 궁금해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그냥 넘어가는 것은 혁신위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