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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이재명 만찬 '우천순연'…진짜 이유는 뭘까


입력 2023.07.12 05:30 수정 2023.07.12 00:56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배석자 한 명씩만 데리고 만찬 회동

당 단합 위한 합의문 나와야 하는데

회동 전날 이낙연 모욕의 '불판' 새로

깔려…진정성에 의구심 생겼을 수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인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두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간의 회동이 무산됐다. 우천을 이유로 순연한 것이라지만 이를 바라보는 야권 안팎의 시선은 미묘하다. 회동을 앞두고 이 대표 맹목적 극성 지지층 '개딸'들의 패륜 행각이 도를 더해갔던 것이 회동 불발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는 11일 저녁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할 예정이었으나, 회동을 불과 2시간여 앞두고 취소됐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와의 회동은 호우 경보와 그에 따른 수해에 대비하기 위해 연기한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만찬 회동 불발 사유는 우천순연(雨天順延)이라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석연치 않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가 1년여 간의 미국 외유를 마치고 지난달 24일 귀국한 이래 3주 가까이 양자 간의 회동이 성사되지 않아 민주당 안팎에 애가 타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회동 치고는 너무 쉽게 '드롭'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는 각각 배석자를 한 명씩 데리고 만찬 회동을 하려 했다. 이 전 대표 측에서는 윤영찬 의원, 이 대표 측에서는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이 배석할 예정이었다. 이는 지난 2015년 7월 2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당내 갈등 해소를 위해 회동하면서 각각 김성수 대변인과 정기남 원내대표실 부실장을 배석시켰던 형식과 유사하다.


독대(獨對)했을 때 회동이 끝나고나서 서로 말이 달라지는 것을 피하고, 정치적인 합의를 형식화할 필요가 있을 때 배석자를 낀 회동을 한다. 이에 따라 이날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간의 만찬 회동도 뭔가 합의문이라는 결실을 낳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는 이날 평화방송라디오에 출연해 "예전에 계파 수장들이 밀실에서 비공개 회담을 했던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은 있었다"며 "한 명씩 배석하고 나와서 문서화해서 서로 발표한다는 것은 두 사람한테는 믿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같은 당이 맞느냐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 간에 신뢰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회동은 왜 직전에 무산됐을까. 민주당 관계자들은 "진짜 비 때문"이라며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정치인들의 정치적 행위에는 분명히 뭔가를 목적하는 바가 있는 게 통상적이기는 한데, 이번 경우는 좀 틀리다"며 "오늘 밤부터 내일 아침까지 시간당 70㎜의 집중호우가 예보된 상황이고 그동안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지반이 굉장히 약해져 있어 물난리가 예고돼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데, 당내 문제로 한가하게 저녁에 식사를 한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는 국민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낙연이 '단합'에 통크게 힘 실어주면
이재명 화답하며 내놓을 것 필요한데
'블루 웨이브'에서 "낙지는 탕탕 쳐서
먹어야 제맛" 판국…'개딸 손절' 불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윤영찬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비 때문에 두 사람의 회동이 '우천순연' 된다는 것은 어떻게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준일 에디터는 "국가적 재난 상황도 아니고 비가 많이 오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다"며 "두 사람이 정말 만나기 싫은가. 서로 만나기 싫은 게 있는 것 같다. 굉장히 껄끄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도 "그것(회동 무산)을 누가 비 때문이라고 생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치적 합의문이 만들어지려면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사이에 주고받을 게 있어야 한다. 물론 '공천권' '공천 지분' 같은 것은 문서화할 수 없고 대외적으로 공표할 수도 없으므로 논외로 하더라도, 이 전 대표가 비록 원론적 입장에 불과하더라도 '단결하고 화합해서 윤석열 정권과 함께 맞서 싸운다'는 '선물'을 이 대표에게 준다면, 이 대표도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윤석열 정권에 맞서 함께 싸운다'는 것이 합의문의 첫머리를 장식할 예정이었다는 점에는 야권 안팎에 이견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이재명 대표 본인부터가 "백지장도 맞들어야할 어려운 시국이어서 모두가 힘을 함께 모아야할 시기"라고 말했었기 때문이다.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은 "내년 총선까지는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협력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당의 승리를 위해서 두 분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같은 4선인 정성호 의원도 "의원들이 당의 단합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두 분이 의견을 같이 하지 않겠느냐"고 바라봤다.


최민석 민주당 청년대변인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두 분 모두 윤석열 정부 들어서 1년 만에 국가가 후퇴하고 있다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했으며, 김준일 에디터도 "지금 정부가 굉장히 문제점이 많다는 게 합의문의 첫머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경민 "이재명, 만나서 손잡는 단 한
장 사진이 필요했다면 서로 목적 달라"
정미경 "극성 당원들이 너무 심하니까
잠잠해질 때까지의 호흡 조절 아니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행사를 가진 직후 이른바 '개딸'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그 다음 항목이다.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 '함께 싸우자'고 단결과 화합에 힘을 싣는다면, 이재명 대표 측도 당내의 단결과 화합에 저해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거나 통제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패악질이 도를 더해가는 자신의 맹목적 극성 지지층 '개딸' 손절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회동을 앞두고 '개딸'들의 패륜 행태는 잦아들기는커녕 더욱 극성을 부리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공교롭게도 회동 전날에 당원 온라인 커뮤니티 '블루 웨이브'를 새로 만들었는데, 이 공간은 단 하루만에 '개딸'들이 몰려들어 이낙연 전 대표와 그 지지층을 모욕하고 폄훼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블루 웨이브'를 살펴보면 '낙지(이낙연 전 대표를 지칭) 제철인 가을이 기대된다'는 제목 아래 '낙지는 역시 탕탕 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글이 버젓이 올라와있다.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도 '(이낙연 전 대표와) 만나면 탈당하겠다'고 겁박하는 글까지 게시됐다.


하필이면 회동 전날에 이낙연 전 대표를 모욕하는 '불판'을 당 차원에서 새로 마련한 것을 보고, 이 전 대표 측에서 과연 이 대표가 진실로 당내 화합을 이루겠다는 진정성이 있는지, 단결을 저해하는 '개딸'들을 손절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경민 민주당 전 의원은 "김영진 의원과 윤영찬 의원이 물밑 접촉의 실무를 맡아서 했는데, 김 의원은 '인사'라는 얘기를 계속 강조하고 윤 의원은 '신뢰 구축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얘기를 계속 했다"며 "이재명 대표가 만나서 손잡는 단 한 장의 사진이 필요했던 것이라면 '만나자'는 목적이 전혀 다른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블루 웨이브'를 향해서도 "늘상적으로 욕설을 하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얘기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얼마든지 강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면서도 당 지도부가 1년이 다 되도록 방치해놨다"며 "방치해놓은 상황에서 '블루 웨이브 시작합시다' 이러면 그냥 저렇게 (불판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정미경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블루 웨이브'가 개설 하루만에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극성 당원들의 전쟁터로 바뀌었다"며 "이게 너무 심하니까 호흡 조절을 하는 것 아니냐. (강성) 지지자들이 날이 서있으니 이것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만나려는 것은 아니겠느냐"고 바라봤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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