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관세 닭고기 수입 두 달…내달 3만t 더
물가 안정 효과 ‘미미’…1차 수입 통관 마쳐
국산·수입산 쓰임새 달라…생산성 제고 필요
농식품부, 수급안정 위해 육용계 종란 수입
정부가 할당관세를 적용한 닭고기 3만t 추가 도입을 결정하면서 국내 시장에 외국산 닭고기 총 6만t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물가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지난달 무관세 수입 닭고기 3만t을 들여왔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할당관세 적용 물량인 닭고기 2만9800t이 지난 23일 기준 모두 통관됐다. 외국산 닭고기 대부분은 브라질(85%)에서 85%로 수입하며, 태국(10%), 유럽연합(EU), 미국 등에서 들여온다.
할당관세를 적용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국내 육계 시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모습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닭고기 1㎏는 소매 시장에서 6295원에 거래됐다. 일주일(6192원) 전보다 1.6% 비싸졌고, 지난해(5776원)와 비교하면 11% 올랐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생닭도 1년 전보다 7.2% 상승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같은 오름세가 이어지는 이유는 수입산 닭고기는 냉동 순살 형태로만 국내에 반입돼 대부분 외식프랜차이즈, 가공식품 제조 업체 등 기업 간 거래(B2B) 채널에서 판매된다.
소비자들은 주로 국내산 냉장닭을 구매하기 때문에 국내 소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축산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국산 냉동육은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하는 경우는 매우 적고 오히려 국산 냉장닭을 선호한다”며 “(수입 닭고기는) 가공식품, 외식 업체에서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 육계 시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병아리 입식 마릿수를 전년 대비 1.1% 감소한 6566만~6701만 마리로 추정했다. 종계 성계 사육 마릿수는 증가했으나 생산성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다음 달 병아리 입식 마릿수는 지난해보다 0.3% 줄어든 6515만~6648만 마리로 관측했다. 정부는 지난 17일부터 네덜란드에서 들여온 종란(種卵·부화 목적 계란) 500만개가 부화 후 입식됨에 따라 감소 폭이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농식품부는 종란 평균 부화율이 82%임을 고려하면, 이번 수입으로 농가에 400여만 마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사육 기간을 감안하면 오는 10월부터 닭고기가 시중에 추가로 풀릴 예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9~10월 육계 도축 마릿수도 작년 대비 각각 1.9%, 1.3% 줄어들 것으로 봤다. 연구원 관계자는 “닭고기 수급안정을 위한 계열화 업체 입식 확대가 필요하다”며 “환절기 철저한 사양관리를 통해 생산성 제고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8일 가격 오름세가 지속 중인 닭고기에 대해 내달 1일부터 신규 할당관세 3만t을 실시해 신속히 국내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산과 수입산 닭고기 쓰임새가 달라 실제 물가 안정에 효과가 있을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관세로 수입한 닭고기를 통해 소비자들은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육 농가는 외국산으로 인한 경쟁력 악화 등으로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할당관세를 통해 물가를 잡는 대책 말고도 정부가 오름세를 막을 수 있는 뚜렷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닭고기의 경우 계절적 요인이 크다 보니 할당관세를 통해 공급을 늘리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있었다”며 “관세를 낮춰 (수입 냉동닭)을 들여오면 육계를 키우는 농가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어 정부가 수입물량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집중호우와 태풍 등으로 육계 축산 농가 피해가 컸고, 종계 생산성 저하에 따른 병아리 공급 부족 등으로 가격 상승세가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축산 계열화 사업자 입식 자금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공급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