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에만 1조1000억 늘어
치솟는 금리로 이자 부담 가중
코로나 이어 한계 내몰린 현실
수면 아래 숨은 리스크도 여전
국내 은행들이 자영업자에게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가 한 해 동안에만 1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가 몰아쳤던 10년여 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치솟는 금리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던 동네 사장님들이 한계에 내몰리는 모습인 가운데, 수년째 이어져 온 금융지원 아래 가려진 리스크까지 감안하면 실제 위험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은행들의 개인사업자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는 총 1조8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3%(1조1055억원) 늘었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영향이 본격화했던 2009년 3월 말 이후 최대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IBK기업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가 374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23.3% 급증하며 제일 액수가 많았다. 그 다음으로 하나은행이 2717억원으로, NH농협은행이 2366억원으로 각각 182.4%와 159.0%씩 해당 금액이 늘며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 역시 2106억원으로, KB국민은행도 2070억원으로 각각 143.2%와 191.0%씩 증가하며 개인사업자대출 연체가 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대출 연체가 최근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고금리다. 이자율이 높아지면서 대출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특히 코로나19 악재의 최전선에 서 있었던 자영업자들에게 이같은 고금리는 더욱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장기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와 소비 위축 등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빚을 내 버텨 온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올해 상반기 말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446조1645억원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2019년 말보다 31.8%나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이 기간 증가한 관련 대출만 100조원이 넘는다.
문제는 추가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같은 금융지원 규모가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한다. 관련 차주들의 연착륙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9월 말 대비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23.9%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만기연장은 21.6%, 상환유예는 44.7% 축소됐다.
하지만 차주가 원금은 물론 이자도 갚지 않고 있는 이자 상환유예 잔액 1조1000억원은 지원 종료 시 부실화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이다. 금융위는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있지만 불가피한 경우 금융사 자체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 등 금융 편의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