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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직이 쏘아 올린 ‘신호탄’, 민간 확산 논의 본격 [정년 연장①]


입력 2024.11.06 06:00 수정 2024.11.06 06: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행안부, 공무직 정년 65세 연장 결정

저출산 고령화 따른 불가피한 선택

청년 일자리·기업 부담 등 과제 남아

임금·근무 체계 모두 바꿀 수밖에

서울 도봉구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줍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신호탄을 쐈다. 아직 ‘갈 길이 구만리’이지만 첫걸음을 뗐다. 수면 위로 올라온 만큼 많은 논란과 갈등이 불가피하다. 세대 간 마찰과 기업 경제적 부담까지 풀어야 할 매듭이 많은 만큼,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에 속도를 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행정안전부가 소속 공무직 근로자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행안부는 지난달 14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행안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 규정’을 개정 시행했다.


정년 연장 대상 공무직은 행안부가 직접 고용한 정규직 무기계약직 근로자다. 전국 정부 청사에서 환경 미화와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 등 2300여 명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정년 연장을 일종의 신호탄으로 여긴다. 시작은 공무직에 한정되지만, 결국에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내년께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확실시된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0.72명에 그치는 낮은 출산율과 함께 한국 경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손꼽힌다. 경제활동을 할 청년은 줄어들고 사회적 비용을 많이 쓰는 노인은 급증하는 사회는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초고령화와 초저출산 문제의 현실적 해법 중 하나로 오랜 시간 거론된 게 정년 연장이다. 최대한 경제활동 인구를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면 된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어르신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기대수명 82.7세, 준비 안 된 노후, 불가피한 정년 연장


정년 연장 논의는 2000년대 초반 시작해 2010년대부터 본격화했다. 고령화, 저출산 문제가 현실화하면서 노동력 부족과 그에 따른 연금 재정난을 고민하면서 정년 연장 필요성이 커졌다.


2013년에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못을 박았다. 법 개정으로 2016년부터는 실제 60세 정년을 의무화했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근원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2020년 들어 또다시 정년 연장이 화두가 됐다.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이 정년을 폐지하는 논의를 하자,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했다.


정년 연장은 큰 틀에서 노동력 공급과 연금 재정 안정화뿐만 아니라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안정성 부문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


현재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2022년 기준 82.7세다. 60세 정년으로 계산하면 은퇴 후 약 23년을 경제활동 없이 살아야 한다. 임대소득 등이 없다면 60세까지 모은 돈으로 남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인데, 정작 은퇴 후 삶을 미리 준비하는 경우는 절반도 채 안 된다.


지난해 국민연금연구원에서 50세 이상 중고령자 5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적정 노후 생활비는 부부 기준 평균 268만원, 개인 기준 평균 165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노령연금) 실제 수령액은 월평균 62만원에 그친다. 적정 노후 생활비와 비교하면 2.5배 가까이 부족하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부족한 돈을 국가가 지원하거나, 아니면 노인들이 적정 수준 이하의 삶을 연명해야 한다.


노인들이 일을 계속하게 되면 저출산에 따른 청년층 사회 부양 부담도 줄어든다. 효율성 차원에서도 정년 연장은 숙련된 노동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십 년에 걸쳐 쌓은 경험과 기술은 국가의 자산이기도 하다. 기업 차원에서도 경쟁력일 수 있다.


서울 동작구 50플러스 센터에서 한 어르신이 일자리 검색을 하고 있다. ⓒ뉴시스
청년과 일자리 놓고 충돌…상생 해법 중요


이러한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정년 연장을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당장 마주하게 될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청년층 고용 기회 축소가 우려된다. 고령층 근속 기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기업의 신규 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청년층 일자리 감소와 직결한다.


기업에서는 인건비가 부담이다. 고임금 고령 노동자를 계속 사용하면 재정적 부담을 피할 수 없다. 육체적 노동을 요구하는 경우 체력, 기술적 한계로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신규 인력 조달이 줄어들면서 조직의 혁신성도 정체도 우려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용 불평등 문제도 염려 대상이다. 정년 없이 고용되는 비정규직이나 파견 근로자 등은 상대적으로 정년 연장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 불평등이란 사회적 갈등 요소가 심화하게 되는 셈이다.


이밖에 정년 연장은 기존 직장 내에서만 경제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년 연장과 함께 재취업 교육 등 고령 노동자들이 은퇴를 미리 준비할 기회가 필요하다.


정년 연장이 불러올 현실적 문제로 인해 그동안 정부와 기업, 노동 사회는 다양한 정책적 의견을 교환해 왔다. 정년 연장과 함께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 성과급제를 도입하는 등의 방식이다. 임금피크제 적용이나 직무 재설계·재교육을 통한 노동시장 적응성 강화 등도 마찬가지다.


행안부를 시작으로 정년 연장은 공직사회 전체로 확산할 게 분명하다. 민간 사회로 번지는 것도 머지않았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다른 선택지가 없다. 방법 차이는 있겠으나, 더 오래 일하도록 해야 하는 상황은 불변이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5월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을 통해 정년 연장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60세 이후 65세까지의 계속 근로 방식을 정년 연장 외에도 ‘계속고용’ 및 ‘재고용’ 등의 형태도 가능하게 해 기업에 유연한 방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직무급 임금체계와 임금피크제 도입 시행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감소가 지나치게 높아 기존의 생활 수준을 하락시킬 정도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60세 청년’ 시대, 노인 일자리 해법 없이는 성장 불가능 [정년 연장②]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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