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 도시바가 74년 만에 도쿄 증시를 떠난다. 도시바의 주인이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바뀌면서 오는 12월20일 자진 상장폐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2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대주주 변경과 상장폐지 등의 안건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일본계 PEF 운용사인 일본산업파트너스(JIP) 컨소시엄의 도시바 인수가 확정됐다. 도쿄 증시는 이날부터 12월 19일까지 도시바를 정리종목으로 지정했다.
JIP 컨소시엄은 앞서 지난해 10월 도시바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올 8~9월 도시바 주식을 공개매수해 3분의 2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 일본 회사법상 지분을 66.7% 넘게 확보한 대주주는 나머지 주주의 동의 없이도 잔여 지분을 같은 금액에 사들일 수 있다. 전체 인수가격은 2조엔(약 17조 9490억원) 규모이다.
임시 주총을 통과한 JIP 컨소시엄은 나머지 지분을 모두 인수한 뒤 오는 12월 20일 도시바를 자진 상장폐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도시바가 1949년 도쿄증시에 상장한 지 74년 만이다. JIP 컨소시엄에는 일본 전자부품 제조기업 로옴과 종합금융그룹 오릭스 등 10곳 이상의 일본 대기업이 참여했다.
도시바는 1960년 일본 최초의 컬러TV, 1985년 세계 최초의 노트북 등을 개발하며 소니·파나소닉과 함께 일본 하이테크산업 토로이카를 형성했다. 하지만 디지털화에 뒤처졌고 2016년 회계부정과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의 대규모 손실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2017년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해 6000억엔 규모 증자를 했지만 이때 주주로 들어온 외국계 행동주의펀드와 경영진의 갈등이 심화돼 끝내 회사 매각으로 이어졌다.
도시바는 양자컴퓨터시대 필수기술인 양자암호 관련 특허(104건)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키오시아(KIOXIA) 지분도 41% 갖고 있다. JIP는 도시바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재상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