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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풀린 돈 역대 최대인데 역설적 '돈맥경화'


입력 2023.11.29 06:00 수정 2023.11.29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올해 통화량 40조 가까이 불었지만

자금 유통 지표는 연초보다 더 악화

내년 경기 전망 어두워지며 이중고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발권국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자금 방출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리나라 시중에 풀린 돈이 올해 들어서만 40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연일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하지만 실물경제에는 돈이 돌지 않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연초보다 더 심해지면서 역설적인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의 고강도 통화정책이 제대로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는 가운데, 내년 경기 회복세도 당초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짙어지면서 우리 경제가 이중고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9월 계절조정 기준 통화량(M2) 평균 잔액은 3847조625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37조5430억원) 늘었다. 4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며 또 다시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 협의통화에 더해 머니마켓펀드와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 상품까지 담은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문제는 이렇게 유동성은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정작에는 자금이 잘 돌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민 경제 측면에서 통화량 확대를 체감하기 힘든 이유다.


실제로 지난 9월 통화승수는 14.6배로 올해 초인 1월(14.9배)보다 더 낮아졌다. 이 수치가 떨어진다는 건 경제 주체의 현금 보유 성향이 높아지고, 그 만큼 신용창출은 둔화됐다는 의미다. 통화승수는 M2를 한은이 공급하는 본원통화로 나눈 값이다. 한은이 시장에 1원을 공급했을 때 이에 비해 몇 배 수준의 통화가 창출되는지 보여준다.


올해 국내 통화승수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처럼 통화량이 늘고 있음에도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건 경기 침체의 늪이 점점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겹치면서 어려움에 빠진 서민들은 지갑을 닫고, 기업들은 투자를 주저하면서 실물 경제에 유동성이 잘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역대급으로 높은 기준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와중 유동성만 불어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한은에게 부담이다. 통화정책 긴축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경기 전망까지 어두워지고 있다.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은 미국의 긴축 장기화와 중국 성장둔화 우려 등을 반영해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하향 조정했다. 종전 7월 전망치인 2.4%보다 0.2%포인트(p) 낮아진 수치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도 내년 한국 성장률을 2.3%에서 2.0%로 0.3%p 낮춰 잡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강도 통화정책의 결과로 시중 유동성에 제동이 걸리든, 통화량이 늘어 시장에 돈이 돌든 긍정적인 효과가 관측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내년 경기 관측도 부정적 시선이 점점 우세해지면서 경제 선순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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