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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은 뒷전, 취임 6개월 만에 여의도 향하는 관료들


입력 2023.12.30 07:00 수정 2023.12.30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재·산업·국토·해수부 장·차관

4월 총선 앞두고 줄사퇴 행렬

임기 100일 안 된 장관도 사직

총선용 ‘스펙 쌓기’ 도구 된 공직

(왼쪽부터)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최근 자리를 내려놓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완섭 기획재정부 제2차관,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모습. ⓒ데일리안 DB

“수출 현장의 애로와 목소리를 경청해 적기에 정책 수단에 반영하고 ‘수출 원팀코리아’를 통해 수출 감소 추세를 역전시켜야 한다. 그동안의 정상 외교를 바탕으로 한미일 공급망 연대를 강화하고 중동, 아세안, 동유럽 등 신시장을 개척해 우리 첨단 제품이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 2023년 9월 20일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취임사.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현직 장·차관들 퇴임이 줄을 잇고 있다. 공무원들은 공직선거법상 총선 100일 전인 내년 1월 11일까지 공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는 장관 자리에 오른 지 100일이 채 지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부처 정책을 총괄하는 장·차관들이 임명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총선 출마를 위해 자리를 버리는 것을 두고 민생은 뒷전으로 하고 본인 출세만 생각한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차관급)을 지명했다. 지난 9월 20일 방문규 장관이 취임한 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장관을 교체하기로 한 것이다. 산업부 장관 교체 이유는 방 장관의 총선 출마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완섭 기획재정부 제2차관도 취임 6개월 만에 사표를 던졌다. 지난 6월 29일 임명된 김 전 차관은 자기 고향인 강원도 원주 지역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 대통령실은 그의 후임으로 김윤상 조달청장을 지명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김오진 차관이 자리를 내놨다. 김 전 차관은 김완섭 차관과 함께 지난 6월 29일 차관 자리에 올랐다. 그는 경상북도 김천 출신으로 국회 보좌관을 거쳐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상근부대변인을 지냈다. 김 전 차관은 대구·경북 지역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해양수산부 박성훈 차관도 이미 후임자에 자리를 물려줬다. 박 전 차관 역시 지난 6월 29일 대통령비서실에서 해수부로 옮겨왔다. 부산광역시 중구 출신인 박 전 차관은 내년 총선에서 해운대 지역 출마가 확실시된다.


3개월 장관·6개월 차관…“최소한의 책임감도 없다”


현직 장·차관들이 선거 출마를 위해 사직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다만 국가 핵심 정책을 다루는 최고위직들이 책임을 맡은 지 수 개월 만에 개인 욕심으로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비판이 뒤따른다.


특히 김오진·박성훈 두 전 차관은 당시 전문성 부족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임명한 사례라 더 문제다.


김오진 전 차관은 정치외교학 박사로 여의도연구소 등 줄곧 정치권에서 일해왔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청와대에서 총무 1비서관으로 일했을 뿐 국토부 정책 경험이 없었다. 역대 국토부에서 부동산 관련 경험이 없는 인사가 1차관으로 임명된 것은 김 전 차관이 처음이다.


박성훈 전 차관도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박 전 차관은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 이후 대통령비서실에서 국정기획 비서관을 하다 해수부 차관이 됐다. 박 전 차관 재임 기간은 177일로 해수부 역사상 두 번째로 짧다. 결과적으로 총선 출마를 위한 이력 관리 차원에서 잠시 ‘차관’ 자리를 잠시 이용했을 뿐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총선을 10개월여 남겨둔 상태에서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부처 차관으로 왔으니 총선용 ‘스펙 쌓기’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그런 비판은 사실이 됐다.


한 정부 부처 고위 공무원은 “솔직히 선거에 출마하는 건 개인 선택이니까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3개월 만에 그만둘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장관 자리는 맡지 않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공무원 역시 “장·차관이 실무를 직접 챙기는 자리는 아니라 해도 정책 자체를 쥐락펴락할 힘을 가졌는데, 이렇게 선거용 스펙 쌓기로 이용하는 건 무책임한 자세”라고 꼬집었다.


한 경제연구기관 선임연구원은 “새해에도 미·중 경쟁 심화, 러-우 전쟁, 중동 전쟁 등 우리 경제 리스크(위험) 요인이 그대로인데 국가 산업 정책 수장이 석 달 만에 교체된다는 것은 결코 (경제에) 플러스(+) 요인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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