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두 번 실수는 없다… 정의선, 작년 리스크 '콕 집은' 이례적 신년사


입력 2024.01.03 11:57 수정 2024.01.03 13:23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3일 광명 전기차 전용공장서 2024 현대차그룹 신년회

정의선, 신년사 키워드 '환경·품질·보안·준비' 강조

지난해 IRA·美 차량 도난 등 리스크 구체적 대응 방안 제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오전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2024년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정면 돌파' 정신이 올해 신년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올해 그룹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신년사 핵심 키워드가 지난해 현대차그룹에 불어닥친 위기와 맞아떨어지면서다. 매년 원론적인 형태의 주문이 쏟아지는 신년사 가운데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리스크 대응 방안을 제시하면서 대비 태세의 고삐를 죈 모습이다.


정 회장은 3일 경기도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열린 '2024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한 해가 순탄할 것이라고 예측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며 "항상 위기라 생각했고, 실제로 난관이 많았지만, 우리는 그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해 왔다"고 말했다.


이날 정 회장의 신년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위기 관리'로 요약된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가져야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한 당부가 주를 이뤘다.


정 회장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어떤 체질을 가졌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허약한 체질은 쉽게 쓰러지고, 작은 위기에도 많이 흔들리지만 건강한 체질은 큰 난관에도 이겨낼수있다"며 "노력의 과정은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고통 없이는 체질 개선을 할 수없다.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회사와 임직원들이 체력과 체질만들었을 때 위기를 이겨내고 지속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이 위기 관리와 체력을 강조한 바탕에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이룬 성과에 도취되지 말자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빠른 성장세에 이어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체력을 기르고, 혹시 모를 위기 상황에 언제든 대응하자는 것이다.정 회장은 이를 위해 '끊임없는 변화'가 밑받침되어야할 것으로 봤다.


그는 "올해는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지속성장을 이어가는 해로 삼아 어려움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체질 만들고자한다. 안정적 상황 지속된다는건 곧 정체되고 도태될수있다는 의미"라며 "고객들은 항상 지금보다 좋은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 원하기에 우리는 현재 안주하지않고 꾸준한 발전을 추구해야한다. 끊임없는 변화야말로 혁신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환경·품질·보안·미리 준비'… 4가지 키워드 속뜻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오전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2024년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위기관리에 대한 정 회장의 당부는 단순히 '열심히 해달라'는 당부에서 끝나지 않았다. 올해 정 회장의 신년사가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바탕으로 꼽은 4가지 방향성이 꽤나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겪었던 위기와 직결되는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하나하나 짚었다.


정 회장이 제시한 지속가능 성장의 4가지 방향성은 ▲환경▲품질 ▲보안 ▲미리 준비등으로, 현대차그룹이 지난해부터 맞닥뜨린 주요 리스크와 궤를 같이한다.


우선 첫째로 내건 '환경'은 전기차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탄소중립과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당부다.


정 회장은 "인류와함께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 순환경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한다. 후대에게 '준비 잘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어야한다"며 "수소 생태계를 신속히 조성하고, 소형 원자로, 클린에너지를 통한 탄소 중립 활동을 강화해야한다. 또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해 자원 재활용 등 순환경제를 활성화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야한다"고 말했다.


이는 수소 경제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짙어지고, 정부의 지원금도 나날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수소 연료전지 및 수소차 관련 기술 개발을 지속해왔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수소차의 경제성에 대한 의문이 짙어지면서 수소차 양산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두번째 '품질'에 대한 내용에서는 완성차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과 함께 소프트웨어 기술력에 있어선 글로벌 경쟁사 대비 다소 뒤쳐지는 면이 있다는 점을 직접 인정하기도 했다. 사실상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을 위해 투자를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정 회장이 직접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린 것은 업계에서의 체면보다도 임직원들에게 전력을 다해달라는 간절함이 잘 드러난 대목이다.


정 회장은 "품질은 결코 타협이 있을 수 없다.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을 전개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와 품질을 모두 다 같이 잡아야한다"며 "소프트웨어에서 다소 뒤쳐지는 면이 있습니다만, 이 부분은 열심히하면 따라 잡을 수 있다. 품질과 소프트웨어를 함께 잘 할 수 있는 그런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2022년 자율주행 기업 포티투닷을 인수하면서 SDV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개발 조직 내부에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완전한 결합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12월에는 연구개발 조직 수장이던 김용화 최고기술경영자(CTO·사장)가 돌연 고문으로 물러나기도 했다.


(왼쪽부터) 송호성 기아 사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공장을 둘러보고 있다.ⓒ현대차그룹

세번째 방향성인 '보안'에서는 보안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해야한다는 주문이 담겼다.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지키기 위한 보안 체계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 차량에 대해 발생한 수천건의 도난 사건과 관련, 현대차의 기술력을 강화해 고객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정 회장은 " 수십년에 걸쳐 쌓아온 지식과 정보는 4차산업혁명 시대 빛을 발하는 우리의 경쟁력이다. 지속성장 원천 되는 자산 지키기 위해 프로세스를 강화해야한다"며 "보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하겠다. 전 세계적으로도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가 노력했던 것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년사 마무리 시점에는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세'에 대한 강조도 이어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경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외부 위협을 감지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당부가 담겼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초 본격화된 미국의 IRA에 대한 초기 대응이 늦어져 피해가 컸던 만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정 회장은 "세계 각지에서 충돌과 갈등이 빈번하게 이뤄지고있고, 어느때보다 불확실성 확대되고 있다. 항상 미리미리 준비하는 태도가 되어있어야한다"며 "과거엔 '빨리빨리'였지만 이제는 '미리미리' 준비해야한다. 미리 준비된 사람만이 빠르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결정을 적시에 내리지 못한다면 우리가 받는 데미지는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