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정말, 이재명은 누구일까?


입력 2024.01.23 05:05 수정 2024.01.23 05:05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재명 발언, 한민전 방송을 듣는 듯

선대들은 선대 수령에서 나온 북한 말

아주 순도 높은 주사파가 쓰는 사투리

주체사상 끌어들인 계보 위 어떤 인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나는 주사파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빠짐없이 한민전(한국민족민주전선) 방송에 대해 말하는 편이다. 한민전 방송은 1985~2000년 정도까지 한국의 주사파 운동을 좌지우지했던 북한 라디오 방송이다. 이 방송이 평양방송과 결정적으로 달랐던 점은 깨끗한 서울말로 방송을 한 점이다. 방송은 마지막에 힘을 주어 이렇게 끝을 맺었다.


“~~~ 여기는 서울입니다.”


필자를 포함해 주사파(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삼은 남한의 반체제 운동 세력) 학생운동이 이 멘트에 속아 한민전이 북한 라디오 방송이 아니라 한국의 ‘애국적 전위대’가 서울에서 보내는 방송이라 믿었다. 나는 주사파 운동에 미친 결정적인 문구를 고르라면 단연코 위 멘트를 꼽을 것 같다.


지난 1월 19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는 북한의 위협을 다루면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 또 김일성 주석의 노력들이 폄훼되지 않도록,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

나는 정말로 귀를 의심했다. 마치 80년대 후반 일본제 라디오를 타고 들려오는 한민전 방송을 듣는 듯했다.


첫째, 선대들은 선대 수령에서 나온 말이다. 북한은 혁명을 대를 이어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혁명은 수령의 영도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로부터 수령의 단어 앞에 ‘선대’라는 말을 붙인다. 즉 선대라는 말은 특별히 북한에서 쓰는 북한 말이다.


말은 입에 붙어야 한다. 선대라는 말을 쓸 때는 그 말이 입이 붙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그 말을 자주 사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는 남한에서는 쓰지도 않는 북한 말을 자주 사용했다는 의미이다.


둘째, 우리 북한에 대해서는 생략한다.


셋째, ‘김정일·김일성의 노력들이 폄훼되지 않도록’ 부분이다.


말 자체는 북한발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런데 ‘김정일·김일성의 노력’이란 일부 평론가들이 말하듯이 6.15 선언이나 금강산·개성공단 등과 같은 평화적 노력에 관해 쓰는 말이 아니다. 북한에서 김정일·김일성의 노력이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이를 통해 북한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안위를 보장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김정일·김일성의 노력이란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 개념이다.


필자는 1986~2012년까지 전면적 또는 부분적으로 주사파였다. 그리고 남은 기간도 운동권과 주사파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말과 언어, 습속을 잘 아는 편이다.


이날 이재명 대표의 발언은 남한의 주사파 중 아주 순도가 높은 주사파가 쓰는 일종의 사투리다. 앞에서 한민전 방송에서 중요했던 것은 반미·조국통일운동에 대한 그들의 주장이 아니라 깨끗한 서울말과 여기는 서울이라는 멘트다. 전자보다 후자가 100배는 중요하다.


이 대표의 말도 유사하다. 평화나 핵·미사일 등은 그런대로 넘어가면 된다. 문제는 그런 주장을 왜 북한식 발음과 단어에 실어 전달하는가이다.


보수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운동권, 경기동부와 주사파와 연관 지어 설명하곤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그런 주장이 근거가 없거나 오버라고 반응하곤 했다. 전자는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반면 이재명 대표의 발언에 비춰 보면 후자에 대해서는 무언가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이재명 민주당 당 대표는 정말 어떤 사람일까?


2017년 발간된 이 대표의 자서전 “이재명은 합니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이 대표는 자서전에서 이영진(중앙대 법대 82학번)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나 역시 사법고시 준비만 아니었다면 그 친구와 함께 구속되었을 것”이라며 “영진에게 내 몫의 짐까지 얹어준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내내 나를 괴롭혔다”라고 했다.


또 “대학 1학년 때 했던 약속 또한 계속 유효하다” “제도권으로 들어가 안에서부터 부정부패의 썩은 뿌리를 잘라내고 정의를 세워 나가는 그 혁명의 대업을 완수해야만 약속도 완성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1학년 때 ‘혁명’을 하자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객기 정도로 봤다. 84학번인 나는 1~2학년 혁명가를 자처하며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자주 봤다. 이재명 대표도 그렇다고 봤다. 많은 대학생이 그렇게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약화됐다.


반면 이재명은 전혀 다른 인물인 듯하다. 무엇보다 그는 2017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공개 출판물에 굳이 대학 1학년 때의 어이없는 맹세를 그대로 실어 놓았기 때문이다.


혁명은 북한과 통한다. 1980년대 초반 시점에 최대의 금기는 북한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독특한 체험을 하고 그 기억을 혁명과 함께 마음속에 묻었던 것이 아닐까?


한국 주사파의 계보는 서울 명문대 81~82학번이다. 대부분이 그렇다. 민혁당의 김영환이 서울대 법대 82학번, 왕재산의 김덕용 중앙대 82학번, 일심회 마이클 장 성균관대 81학번, 인천파의 거두 강희철 고려대 81…. 등등이다.


그들은 85~86년대에 1980년 5.18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 최대 금기 주체사상을 끌어들인다. 어쩌면 이재명 대표는 이 계보 위에 있는 어떤 인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 민경우 시민단체 대안연대 상임대표

'민경우의 운동권 이야기'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3
0
관련기사

댓글 1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쩜쩜쩜 2024.01.24  08:50
    빨간줄은 알았지만... 이정도일줄 몰랐어요.. 끔찍해요..ㅠㅠ
    0
    0
1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