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책 집필해 수익금 얻을 수 있겠지만…피해 상응하는 수익 생길지 의문"
"피고인 신문 도중 나온 발언이기에…변호인과 상의한 '변론 전략'으로 보여져"
"만약 인세로 갚겠다고 합의서 작성한 후 약속 이행하지 않는다면…사기죄로 또 처벌"
"전향적 태도 없이 '나중에 돈 벌면 갚겠다' 발언하는 것은…피해자 우롱하는 것"
재벌 3세를 사칭하며 수십억대 투자 사기를 벌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청조 씨가 옥중에서 책을 써서 받을 돈으로 피해를 보상하고 싶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책을 집필해 수익금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피해에 상응하는 수익이 생길지는 의문이라며 피고인 신문 도중 나온 발언이기에 일종의 변론 전략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만약 전씨가 인세로 갚겠다고 피해자들과 합의서를 작성하고 이후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사기죄로 또다시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24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병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4차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전씨 변호인은 전씨에게 "변호인과 접견하면서 '지금은 돈이 없어 피해자들에게 변제를 하기는 어렵지만 옥중에서 책을 쓴다면 아직 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있기 때문에 혹시 도서가 판매되면 그 대금으로 형을 사는 중에라도 피해 보상을 하고 싶다'고 의사를 비친 적이 있었냐"고 질문했다. 이에 전씨는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배연관 변호사(법무법인 YK)는 "수용자도 집필의 자유가 있기에 전씨의 발언은 가능한 말이다. 또 전씨가 수감하며 책을 집필한다면 수익금도 본인이 갖게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실제로 수익금으로 피해보상을 한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발언은 아닌 것 같고 피해에 상응하는 수익이 생길지도 의문이다. 특히 이 사건은 피해 금액도 많고, 피해자도 많은 사건이기에 전씨의 도서 수익 대금 변제 발언이 좋은 양형 요소라 할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도서 수익으로 피해금액을 변제하겠다고 했지만, 재판부가 참작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채권으로 갚겠다' '땅으로 갚겠다'고 말하는 피고인들도 있는데, 이처럼 현금화해줄 수 있는 경우에만 재판부가 인정해주는 편"이라며 "책을 써서 돈을 갚겠다는 것은 미래의 일이기에 재판부가 전씨의 발언을 신뢰해주지 않을 것이다. 설령 전씨가 인세로 갚겠다고 피해자들과 합의서를 작성했는데, 추후에 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또 다른 사기죄로 처벌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구승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전씨의 발언은 피고인 신문 도중 나온 발언이기에 변호인의 전략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특히 전씨가 당장 돈을 갚을 자력이 없는 상태에서 피해 회복 의사에 대한 의지를 밝혀야 했기에 이같은 의도가 내포됐을 것"이라며 "형사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자력이 있었다면 바로 현금으로 갚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전씨의 말은 공수표나 다름없다. 실제 수익이 나올지도 미지수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피해자들이 집행해갈 것이다. 즉, 전씨가 공수표를 날려 피해회복의사를 밝힘으로써 양형에서 유리한 적용을 받으려고 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정말로 피해회복에 진심이었다면, 범죄수익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밝히고 이를 피해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이같은 전향적 태도 없이 '이미 사기로 수취한 금원들은 다 없어졌다'고 하면서 '나중에 돈을 벌면 갚겠다'는 식의 발언은 피해자를 한 번 더 우롱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재판부가 전씨 발언을 참작해서 양형에 반영해주면 앞으로 이런 종류의 사기 범죄자들이 전씨를 따라 할 수도 있다. 지난 공판에서 전씨가 '처벌받고 떳떳하게 살고 싶다'고 말해 재판부가 일침을 가한 적도 있기에, 이미 법관들이 전씨 발언이 진정성 있다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처럼 전씨가 전혀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에 그의 행동 모두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일 수도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안 변호사는 "전씨는 교도소에서 본인 발언을 인용한 기사도 많이 챙겨보고 있다. 그렇기에 언론에서 그의 발언을 보도해주지 않는 것 역시 피해자를 생각한다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