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외의 언론 기피...韓은 질문 기다려
신년 대담의 최대 피해자는 KBS
MBC “쓰레빠” 탓, 그러나 불통 심각
자신만만 언변 실력 어디로 갔나?
윤석열이 소통 부재로 언론의 비판을 받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이러다가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기자회견을 적게 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게도 생겼다. 그럴 일이야 없을 것이라고 믿지만, 취임 1년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정식 기자회견 기록은 단 1회다. 놀랍지 않은가?
신년 기자회견을 대신해 KBS 앵커와 가진 특별 대담에서 대통령이 끝내 부인의 ‘명품 백’ 수수 문제에 대해 사과를 안 했다는 비판이 많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그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다.
반대 진영 기자들의 악의적인 질문들을 받고 싶지는 않고 디올 백 얘기를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편법을 택한 게 대담이었다. ‘공영 방송 정상화’ 조치로 바뀐 앵커가 시종 부드러운 용어와 표현으로 질문을 했다.
‘외국 회사의 쪼만한 파우치’란 말이 그래서 시비를 불렀다. 박장범은 그냥 ‘이른바 명품 백’이라고 했으면 될 것을 과공비례(過恭非禮)로 공정성 이미지를 회복하고 있던 회사에 누를 끼쳤다. KBS가 이번 대담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그러나 가방이 ‘명품 백’이냐 ‘파우치’냐를 따지는 논란은 매우 한국적인 관심사로서 유치하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민과 언론과 정치 수준이다.
맞는 말이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는 그런 비열한 몰카 정치 범죄꾼인 줄도 모르고, 중학생 때 돌아가신 부친을 잘 아는 목사라며 용산 관저로 이사하기 전 자신의 서초동 아파트 지하 사무실로 찾아온 사람을 만나 주었고, 가져온 가방을 “매정하게 물리치지 못한” 것이다.
김건희는 그런 시시한 유명 브랜드 파우치에 탐을 낼 돈이 없는 여자도, 명품 사치를 즐기는 어떤 영부인 같은 여자도 아니다. 그녀는 100억원대 재산가이면서도 중저가 의류, 액세서리로도 충분히 멋을 낼 줄 아는 예술 전문가다.
이 본질을 애써 제쳐놓고, 300만원짜리 가방을 받은 사실만 강조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진보좌파 진영의 속은 뻔하다. 총선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김 여사가 뇌물을 받았고 대통령이 사과했다”는 말이 그들에겐 필요하다. 그들은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통령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머리를 했네 무슨 주사를 맞았네 하는 선전 선동으로 그녀를 쫓아내는 데 성공한 달콤한 추억에 젖어 있다.
민주당 대변인 박성준의 비난 논평에 그 시꺼먼 속이 드러나 있다.
몰카 범죄 같은 건 얘기도 하지 말라,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어라, 그리고 수사에 응해서 죄(청탁금지위반법)를 받아라... 이런 주장이다. 민주당과 진보좌파는 ‘성공한 범죄는 처벌받지 않는다’라는 철면피 논리를 구사하고 있다. 자기편의 치사하고도 음흉한 공작질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 않는다.
윤석열은 다른 국사(國事)들이 아무리 더 중요하더라도 이 문제를 더 일찍, 당당하고 솔직하게 직면했어야 했다. 절대 다수 국민의 관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가 선을 분명하게 긋지 못했던 점을 아쉬워했으나 그에게 아쉬운 건 이 회피였다.
‘부인 방탄’이란 말이 모욕적이지 않는가? 우리가 알고 있던 윤석열은 그런 못난 사람이 아니다. 소탈하면서 대범한 큰 그릇이다.
언변에도 자신만만만한 그다. 실수로 유명 디자이너 가방 속 가방(파우치) 한 개 받은(놓고 가는 것을 막지 않은) 일이 뭐 대단하다고 언론을 피했는지 참으로 답답하고 아쉽다.
5년 재임 중 정식 기자회견을 4차례만 해서 불통 대통령으로 불린 문재인보다 1/3 재임 기간 동안 한 번만 한 윤석열의 ‘불통’ 이미지가 더 강하지 않은 건 초기 60차례 도어스테핑 ‘업적’ 때문이다.
솔직하게는, MBC 기자의 ‘쓰레빠 난동’이 더 직접적인 중단 원인이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이 아니었다면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을 재개하는 것이 좋다.
부처들의 큰 정책 발표와 겹치지 않게 해서 주 1~2회만 하면 소통 잘하는 대통령 이미지는 되찾고 말실수와 홍보 독점 폐해는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다시는 우호적인 매체와의 오붓한 인터뷰로 숙제를 해결하려는 유혹은 피해야 한다.
대통령 윤석열이 기자들을 기피하는 사이 집권당 비대위원장 한동훈은 그들을 적극 맞이한다. 이제 그가 매일 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당직자들이 옆에서 질문을 끊으려 해도 “질문 더 없나요? 하세요”라고 하며 20분 이상 기자들 앞에 서 있는 것을 즐기며 대통령 연습을 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대표 이재명은 조용하다. 도어스테핑은커녕 자기 발표하고 싶은 것들만 일방적으로 말하고 질문은 안 받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신문에 한동훈 말은 크게 나고 자기는 해석, 추측 기사만 나와도 피한다. 당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이재명이 아니다. 도어스테핑 일부 재개와 함께 기자회견 횟수를 늘려야 하는 이유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