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PBR 1배 근접…극단 저평가 해소
ROE 상승 제한적…종목별 차별화 전개
성장주 주목도 상승…순환매 장세 전망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이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한 랠리(rally)가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단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가 극단적 저평가 단계는 지났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저(低)PBR주 매물 출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변동성 확대와 순환매 장세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PBR은 설 연휴 직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8일 0.95배를 기록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거론한 지난달 24일 이후 보름 만에 0.06배(0.89→0.95배) 올랐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1배를 밑돌면 저평가 된 것으로 본다. 자산 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더 낮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코스피 PBR이 1배에 근접함에 따라 증시가 랠리를 이어갈지 여부를 살펴보는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최근 저PBR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기에 수급 변화가 나타날 경우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4.93%(2497.09→2620.32) 급등했는데 이 기간 보험(1만7089.20→2만173.05·18.05%↑)과 운수장비(2156.93→2409.29·11.70%↑), 금융업(397.27→440.50·10.88%↑) 등 저PBR업종이 동반 강세를 보이며 상승을 견인했다.
증권가는 코스피 PBR이 1배 수준인 2600대 중반까지는 증시 저평가 탈피 시도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이후엔 일부 업종이 저항에 부딪히며 시험대에 들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추세적인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이 수반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OE는 자기자본 활용 1년에 얼마를 벌어 들였는가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ROE가 8%를 넘으면 PBR이 1배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본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이 그 동안 낮은 PBR에 머문 이유는 기업들의 ROE가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ROE가 적어도 10%는 넘어야 지금보다 높은 PBR을 적용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지수 상단이 제한될수록 종목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봤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되더라도 재평가에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아 저PBR 업종 중 ‘옥석가리기’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금리는 향후 저PBR 종목의 성과를 가늠할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채권 금리가 안정화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금리와 주가가 동행 흐름을 보이는 일부 업종의 경우 수익성이 제한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외에도 저PBR주가 단기 과열 양상을 보인 만큼 급등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는 매물소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저PBR주로 몰린 자금이 이탈할 경우 순환매 장세가 전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방 압력이 높아진) 저PBR주와 수출·제조업·성장주 간 시소게임이 불가피하다”며 “당분간은 코스피 지수의 레벨업·추세반전보다 업종 대응과 순환매 전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