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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치솟고 수익성 떨어지고…하던 사업도 접는다 [건설사 악전고투②]


입력 2024.02.27 07:02 수정 2024.02.27 07:02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고금리, 자잿값 급등, 재건축·재개발 관심 ‘뚝’

공사비 갈등에 첫 삽도 못 떠…사업철회 사례도

적정 공사비 책정, 조합-시공사 간 갈등중재 방안 필요

부동산시장 침체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건설사들이 국내 도시정비사업에 소극적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부동산시장 침체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건설사들이 국내 도시정비사업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수익성을 꾀하기 힘들어지자 무리하게 수주 곳간을 채우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2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5만9850가구로 1년 전 대비 1만가구가량 줄었다.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분양실적이 2012년 이후 최저치인 6만8633가구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적은 수준이다.


2021년 10만6872가구에서 2022년 8만7170가구로 10만가구선이 무너진 이후 매년 분양물량은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고금리와 자잿값 인상으로 공사비가 오르는 등 부동산경기 위축으로 건설사들이 신규 분양 자체를 꺼리고 있어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53.26(2015년=100)으로 1년 새 3.2% 올랐다. 해당 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3년 전인 2020년 말과 비교하면 25.8% 상승했다.


조합과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는 사업장도 증가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 사업은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한 차례 3.3㎡당 510만원이던 공사비를 660만원으로 올렸는데 또다시 889만원으로 증액을 요구해서다.


문화재 발굴로 공사가 지연되고 외국산 마감재 선정 등으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조합은 지난해 12월 임시총회를 열고 공사비 인상 방안을 논의했지만, 과반수 조합원이 반대하면서 부결됐다. 당초 지난해 분양하고 2025년 상반기 준공을 계획했지만, 분양 일정도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도 공사비 문제로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최근 조합에 공사비를 기존 2조6363억원에서 4조775억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잿값·인건비가 모두 올라 계약 당시 공사비로는 사업 진행이 어렵단 이유에서다.


조합원들은 3.3㎡당 공사비가 종전 대비 50% 이상 오르게 되면 추가분담금 부담이 가중된다며 이를 고사한 상태다. 공사비 줄다리기가 장기화할 경우 오는 3월 말 예정된 착공은 물론 분양 일정 모두 밀릴 가능성이 크다.


공사비 검증 수행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검증 의뢰를 받기 시작한 2019년 2건에 불과하던 의뢰 건수는 지난해 30건까지 늘었다. 올해에만 벌써 2건이 접수됐다.


올해도 공사비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데다 시장 침체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존 사업장에 대한 수익성을 재검토하고 중도하차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지난달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은 인천 서구 일원 민간 사전청약단지인 ‘인천 가정2지구 우미린B2블록’ 사업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곳은 2년 전 사전청약을 진행한 이후 지난해 3월 본청약, 내년 11월께 입주를 계획했으나 시장 침체로 본청약·입주 시기 모두 미뤄졌다. 여기에 공사비 상승으로 인허가도 제때 나오지 않으면서 사업성이 떨어졌단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공급부족 해소를 위해 각종 당근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그보다 사업이 지연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정 공사비를 확보할 만한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합과 시공사 간 불거지는 갈등을 실질적으로 해소할 방안도 필요하단 견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잿값은 물론 인건비가 대폭 상승하면서 서울의 웬만한 재건축 단지는 3.3㎡당 공사비를 800만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며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겠다고 하면 1000만원은 돼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 입장에선 추가분담금 부담이 가중되는 게 사실이고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집을 짓고 싶겠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어느 정도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건설사도 더는 손해보고 사업에 참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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