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결과 맞춰 수용 여부·소통 방식 결정
책무구조도 도입해 내부통제 실질화 노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은 시장과 소통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11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본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태가 은행권, 더 나아가 자본시장의 발전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홍콩H지수 ELS 투자자 손실 배상안을 발표했다. 판매사와 투자자 책임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배상 비율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판매사는 투자자 손실에 대해 0%~100%까지 배상해야 한다.
금감원은 판매 은행들이 홍콩H지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영업 목표를 상향하는 등 지나친 실적 경쟁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이 고위험 상품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임의적인 기준 조정에 나서는 등 불완전판매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회장은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각 은행에서는 자체적으로 (이를) 점검해 수용 여부와 대내외 소통 방식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문제는 불완전판매 방지 대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통과됐고, 이에 따라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이번 사태가 발생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가 은행권, 크게는 자본시장이 발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감원 검사 결과에 맞춰 보완할 부분을 하면서 소비자보호에 앞장서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지배구조법 개정으로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는데, 그것을 통해 내부통제 실천이 실질화될 수 있도록 연합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은 "연합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은행이 스스로 '밸류'를 높일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앞으로 다양한 의제를 적극 발굴해 금융당국뿐 아니라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의 미래를 위한 과제인 비금융·플랫폼·디지털 역량 강화와 사업다각화 및 해외 진출 촉진을 위한 환경 조성에 힘 쓸 것"이라며 "은행의 '밸류' 상승이 경제 생태계의 건강한 순환을 촉진하고, 우리 사회와의 상생으로 이어지도록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은 설 직전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사상 최대인 1조3500억원에 달하는 대출 이자를 환급했다. 올해 중 1500억원을 추가 환급할 계획이다. 다음 달부터는 민생금융지원 방안 중 은행별 자율프로그램도 시작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일 당시 IR을 통해 투자자를 많이 만나봤기 때문에 이들이 (민생금융지원 방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럼에도 사원은행들에게 대한민국의 경제 생태계를 위해 모든 은행이 다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일부 투자자 시각에서는 은행이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경제 생태계에서 은행이 공공재로써 중요하기 때문에 사회적 이슈에 필연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