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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요구불예금만 650조…밑바닥 이자에도 '뭉칫돈'


입력 2024.04.10 06:00 수정 2024.04.10 06:00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한 달 새 33조6226억원↑

예·적금에선 15조 '썰물'

금리인하 가능성에 '촉각'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사옥. ⓒ각 사

언제든지 돈을 뺄 수 있지만 이자 혜택은 거의 누리기 어려운 요구불예금에 들어 있는 자금이 5대 은행에서만 한 달 새 33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과 금·코인시장 등 다른 투자처의 분위기가 살아나자 돈을 임시로 보관하려는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수시입출금식 통장인 이른바 파킹통장을 출시하며 요구불예금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이지만, 금리 인하와 맞물려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647조8882억원으로 전달보다 33조6226억원 증가했다. 이는 최근 17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월에도 23조원 넘게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두 달 만에 56조원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요구불예금은 입금과 인출이 자유로운 예금으로 이른바 ‘투자대기성 자금’으로 불린다. 대표적인 상품엔 보통예금, 급여통장 등이 있고 단기 자금을 묶어두는 파킹통장(수시입출금예금)도 포함된다.


요구불예금 이자는 0.1% 수준에 불과하는 등 정기예금 대비 매우 낮다. 그러나 예‧적금과 달리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꺼내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투자 전 돈을 임시 보관하는 용도로 자주 사용한다.


요구불예금은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정기예금 수신금리를 올린 지난해 7월 580조원대로 떨어진 후 올해 2월 600조원대를 회복하며 2개월째 증가세다.


이는 다른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최근 시중은행의 금리가 내려간 데다 주식시장과 대체자산 시장으로 분류되는 금·코인시장의 분위기가 활황세를 탔다.


실제 국내 증시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호실적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2500선을 밑돌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말 2779선을 돌파했다. 이는 2022년 2월 이후 최고치다.


가상자산 가격과 거래량도 역대 최고치다.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말 7만3000달러를 돌파했고, 원화 거래 시장에서는 1억10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기록했다. 올해에만 70% 넘게 급등하면서 시장의 관심도 커졌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시세도 최근 급등세를 타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일 싱가포르 선물시장에서 금선물 근월물은 트로이온스당 2349.10달러에 거래됐다. 올초 2070달러 초반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13% 이상 뛰었다. 한국금거래소 금 평균 매매 시세도 급등했다. 지난 3월 매매 시세는 3.75g당 39만3120원으로 전월 대비 2만3000원 이상 올랐다. 연초와 비교하면 10% 이상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중은행의 금리 매력은 상대적으로 시들해지며 예‧적금 ‘썰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은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처음 도래한 시기와 맞물리며 적금으로 묶여 있던 돈이 시중에 대거 풀리기도 했다.


그 결과 은행에 묶어두는 돈인 예·적금 잔액은 한 달 새 약 15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은행의 정기예금은 지난 2월 말 886조2501억원에서 3월 말 873조3761억원으로 한 달 만에 12조8740억원 줄었고, 같은 기간 정기적금 역시 33조2204억원에서 31조3727억원으로 1조8477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은 예·적금 이탈에 대응해 수시입출금식 통장인 이른바 파킹통장을 출시하는 등 요구불예금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산시장 투자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주식과 가상자산 시장의 수익률이 오르면서 은행의 예‧적금이 외면받고 있다”며 “은행권이 파킹통장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시장으로의 머니무브를 막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수료와 이자 등 다양한 혜택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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