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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공사비에 공공주택도 시름…‘진퇴양난’ 도심복합사업


입력 2024.04.17 06:23 수정 2024.04.17 06:23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도심복합사업 사업자 선정 ‘지지부진’

공사비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해

주민 찬반 여전히 엇갈려…사업 추진동력 약화

고금리와 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민간은 물론 공공 주도 정비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데일리안DB

고금리와 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민간은 물론 공공 주도 정비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 선도지구 일부가 올해 시공사 선정에 나설 예정이지만, 적정 수준 공사비 책정이 쉽지 않아 제때 시공사를 찾기 힘들 거란 우려가 나온다.


17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경기 성남시 일원 ‘은행주공’ 재건축조합은 시공사인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가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공사비 인상 문제를 놓고 조합과 시공단이 줄다리기를 이어갔으나 결국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2구역’ 재개발조합은 공사비 급등으로 조합 내홍이 짙어지고 있다. 최근 총회를 열고 이곳 조합은 기존 조합 집행부 전원에 대한 해임 및 직무정지 안건을 가결했다.


공사비 갈등으로 민간 재개발‧재건축이 이렇다 할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공공성과 사업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챙겨야 하는 도심복합사업의 표정은 더 어둡다.


이전 정부에서 도입된 도심복합사업은 사업성 부족, 주민 갈등 등으로 장기간 정비사업 추진이 발 묶인 도심 내 노후‧저층 주거지를 대상으로 LH 등 공공이 소유권을 넘겨받아 신속한 인허가,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주고 속도감 있게 고밀개발하는 공급모델이다.


건설경기 부진으로 건설사들이 어느 정도 수익이 담보되지 않으면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만큼 도심복합사업은 적정 공사비 책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사업성이 부족해 민간 개발 추진이 어려웠던 이들 후보지를 중심으로 공사비를 마냥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공사비가 건설사 눈높이보다 낮으면 사업자 공모에 돌입하더라도 유찰될 가능성이 크고 가뜩이나 늦어진 사업이 더 지연될 수 있다. 반대로 공사비를 올려 잡으면 공공성이 옅어지고 주민분담금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 주민 반발로 사업이 또다시 암초에 부딪힐 수 있다.


서울 도심복합사업 선도지구로 지정된 방학역, 연신내역, 쌍문역 동측 등 3곳은 지난해 말 사업계획승인을 완료하고 시공사 선정까지 연내 마칠 목표였으나, 현재까지 관련 절차가 제자리걸음 중이다. 공모에 앞서 사업 방식과 관련한 LH와 국토교통부 장관 및 승인권자(서울시)에 대한 협의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LH 관계자는 “정비사업 전반이 지연되고 있고 (도심복합사업의 경우) 공사비 현실화뿐만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나 관계기관과의 협의 등이 있어서 늦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국토부 장관 및 서울시와의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있고 주민협의체 의견을 수용해 5월 중 사업자 공모를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진행 과정에서 구체적인 일정은 변동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안팎으로 여전히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선도지구 사업마저 지지부진하게 되면 도심복합사업 추진 동력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이 시행된 이후 3년간 첫 삽을 뜬 곳이 한 곳도 없는 만큼 현 정부 임기 내 20만가구 공급 목표를 이루기도 힘들어 보인다. 현재까지 정부가 발표한 도심복합사업 후보지는 총 57곳(9만1000가구)에 이른다. 이 중 본지구로 지정된 곳은 13곳(1만8000가구), 예정지구는 6곳(1만2000가구) 정도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고 금리 인하, 규제 완화 기대감도 줄었다”며 “공급자 측면에서 보면 공사비가 계속 오르니까 적정 마진을 확보하기 더 어려워졌다. 민간에서도 어려운 걸 공공에서 마진을 더 남기고 사업을 할 수 있겠냐”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상황이 좋을 땐 건설사들이 돈을 버니까 어느 정도 수익을 덜 남기더라도 공공 개발에 뛰어들 여유가 있지만, 지금처럼 내 코가 석 자인 상황에선 공공으로 눈을 돌리기 힘들다”며 “공사비 이슈가 가장 민감하게 작용하는 만큼 도심복합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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