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에만 2조 가까이 증가
정부·여당 금리 인하 요구에
국고채 금리 연중 최저 기록
은행 채권 평가익 개선 기대
국내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국공채 규모가 올해 들어 석 달 동안에만 2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5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의 채권 운용 실적도 개선될 여지가 커지는 모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이자 수취와 매매 차익을 목적으로 보유한 국공채 규모는 올 1분기 말 기준 47조955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6%(1조6858억원) 늘었다. 은행은 가계와 기업에 대출을 내주고 남은 여유자금을 신용도가 높은 채권 등 유가증권으로 운용해 위험을 분산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10조5601억원으로 15.3% 늘어나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우리은행이 6조3284억원으로 하나은행은 9조9984억원으로 각각 11.9%, 8.0% 증가했다. 신한은행만 21조683억원으로 5.1% 감소했다.
은행들이 올해 들어 국공채 비중을 늘린 가운데 최근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내리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금리가 하락하면 기존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우선 글로벌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자 우리나라도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스위스가 지난 3월에 이어 이번 달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스웨덴은 지난달, 캐나다는 이번 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췄다. 다음 달 총선을 앞둔 영국은 지난달 물가가 목표치인 2%를 기록하면서 오는 8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울러 정부와 여당이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점도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금리 인하에 가까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이 채권시장에 종합적으로 반영되면서 국공채 금리는 하락세가 이어졌다.
실제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1일 기준 연 3.160%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5년물 금리는 연 3.190%, 10년물은 연 3.242%로 연고점(연 3.612%·연 3.690%)보다 각각 0.422%p, 0.448%p 하락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정부는 금리 인하 환경이 조성됐다고 언급하며 당초 예상보다 이른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국내 시장금리가 빠르게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오는 10월 금리 인하에 본격 나설 경우 시장금리 하락세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의 평가이익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분기 누적 채권 평가이익은 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6%(1조2160억원) 급감한 상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8월 금리 인하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10월 한 차례 인하와 향후 반기 1회 수준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국고채 금리는 정부와 여당의 선제적 금리 인하 요구가 이어지면서 레벨 부담에도 불구하고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