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탄핵안 보고 전 자진 사퇴…전임 이동관과 같은 수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의 국회 본회의 보고 직전 자진 사퇴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임명된 후 6개월여 만에 자리를 떠나게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즉각 면직안을 재가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직무가 중단되고, 장기간 방통위 업무가 마비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도 업무 중단을 막으려 지난해 12월 초 국회 본회의 탄핵안 표결 직전 사퇴한 바 있다. 새 방통위원장 후보로는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언론특보를 지낸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야당의 탄핵 소추 시도는 헌법재판소의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구하려는 것보다 저에 대한 직무정지를 통해 방통위의 운영을 마비시키고자 하는 정치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난해부터 국회가 방통위 탄핵 소추를 두 번이나 추진하고 위원장이 사퇴하는 작금의 현실이 정말 불행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김 전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오는 4일 처리할 예정이었다.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시점으로부터 24~72시간 안에 표결로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김 전 위원장의 직무는 중단되는 수순이었다.
야당은 지난달 27일 위원 5명으로 구성되는 방통위를 2인이 운영했다는 점 등을 들어 김 전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는데, 방통위를 마비시켜 친야 성향의 MBC 경영진 교체를 막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방통위는 8월 12일 임기 만료를 앞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재선임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방문진 이사진은 친야 성향 인사가 다수인데, 관례에 따라 여(6명)·야(3명) 추천 인사가 새로 임명되면, 사장을 추천하는 이사회 구성도 여당 우세로 바뀐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대통령이 지명한 2명과 국회가 추천하는 3명 등 5인으로 구성되는데,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자 임명이 무산되면서 김 전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돼왔다.
김 전 위원장의 자진 사퇴로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는 '1인 체제'가 됐다. 방통위원 1명으로는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안건 의결은 하지 못한다.
대통령실은 후임 방통위원장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 지명 시기와 관련해 "윤 대통령께선 이 상황에 대해 잘 주시하고 있고, 국정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후임 인선 절차도 잘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