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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선택, 한국 보수 정당 부끄럽지 않나?


입력 2024.07.19 07:07 수정 2024.07.19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4년 후 보수 정권 재창출 포석으로 찍은 39세 밴스

가난-해병-애국-소신 완벽한 서사 갖춘 미래 권력

국힘, 서로 죽이려고 싸우다 옛 민주당 ‘각목 전대’ 재현

차기 대선은커녕 현 권력 지키기 위해 충성 경쟁 한심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에서 총격을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오며 주먹을 머리 위로 쥐어 보이고 있다(위 사진).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한동훈, 원희룡, 윤상현, 나경원 당대표 후보, 장동혁, 박정훈, 함운경, 김재원, 김민전, 김형대, 인요한, 박용찬, 이상규 최고위원 후보, 김은희, 김정식, 진종오, 박상현 청년최고위원 후보 등이 지난 12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연합뉴스

한국의 집권 여당이 세계적인 조롱거리였던 트럼프 발톱의 때만큼도 되지 못한다는 말을 듣게 됐다.


어떤 후보는 10년 후배를 깎아내리느라 선거 기간 내내 근거 부족한 네거티브 공세로 일관했다. 다른 후보는 둘 사이에서 어부지리를 노리고 양비론을 펴며 낯 뜨거운 윤비어천가를 불러댔다.


다음 주 전대가 끝나면 이 두 사람의 정치 생명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손상돼 있을 것이다. 자기들 스스로 불러일으킨 일이다.


“밀어줄 테니 저놈을 반드시 죽이라”라는, 보이지 않는 측의 오더를 받고 날뛴 그들은 화려했던 명성에 스스로 먹칠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수의 품격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트럼프가 이 한심한 한국의 집권 여당에 일격을 가했다. 미래를 바라보고, 미래를 얘기하는 미래 권력 러닝메이트 지명을 한 것이다. 거기엔 스토리가 있고, 정책이 있었다. 국민의힘 주류엔 이런 것들은 없고 충성 경쟁만 있다.


트럼프와 J.D. 밴스(Vance)의 인격, 철학, 정책에 찬반이 있을 수는 있다. 국제적으로 트럼프는 비난 의견이 압도적이며 조롱거리가 돼 왔다. 미국 내에서도 바이든 당선 때까지는 반대론이 더 많았다.


그러나 그는 적어도 한국의 여당에게는 한 수 배울 만한 결정을 이번에 했다. 39세(8월 2일에 40세)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골라낸 선택이다.


트럼프는 30대라는 나이, 가난-실직 이혼 가정-편모 마약 중독-외조부모 교육-고학-해병 복무-명문 로스쿨 졸업-벤처 사업-초선 상원 의원의 빵빵한 스토리(서사)만 보고 러닝메이트 장사를 한 게 아니다. 그는 밴스 아니어도 공장들의 저임금 후진국 진출로 쇠락한 주들(Rust Belt)에서 이미 바이든보다 우세하다.


그는 밴스를 자기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이념을 계승, 발전시킬 인물로 찍었다. 한때 ‘문화적 헤로인’(자기 어머니가 헤로인 중독자)이라고 부르며 ‘트럼프 절대 반대자’(Never Trumper)였던 밴스의 과거는 묻어 두었다. 이걸 보면, 그는 속이 아주 좁진 않은 사람이다.


밴스는 트럼프 혐오에서 ‘트비어천가’를 부르게 된 변절에 대해 “나는 미디어의 거짓말과 왜곡을 그대로 믿었다”라고 NYT, WP 등 유명 진보좌파 언론 세뇌 탓으로 돌렸다. 실제로 그는 여러 가지 면에서 트럼프와 비슷하다.


반(反) 기득권(제도, 언론), 반 주류, 반 아이비리그(엘리트), 반 세계화(미국 이용 저임국 국가들 성장), 반 이민, 반 국외 전쟁 참여(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반 중국(관세 대폭 인상) 등이 그렇다.


미국을 세계에 내다 판 글로벌리즘과 신자유주의, 그리고 바로 자기 가족들 경우처럼 소외된 국내 저소득층보다 저개발 및 개발 도상 외국과 소위 진보적 소수들을 과잉보호, 우대하는 엘리트 지식인 진보좌파들의 허세에 밴스와 트럼프는 진저리를 친다.


밴스의 국수주의(Nationalism), 대중(저소득 소외 국민) 영합주의(Populism) 입장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곧 정책이 된다. 트럼프는 인물과 정책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중국 등 저임금 국가들에 의해 버림받은 미국 노동자 계층의 아들, 젊은 턱수염 백인 카드를 뽑은 것이다.


그는 정계 입문 전부터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 애팔래치아산맥 남부 노동자 시골뜨기의 비가(悲歌))라는 유년 시절의 위기 가정과 위기 문화를 서술한 자전(自傳) 출판으로 유명해진 인사였다. 영화화한 이 책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구호의 근거가 됐다.


트럼프는 잃어버린 미국의 희생자, 자기 손으로 돈 벌어 공부하고 해병대에 자원 입대한 젊은 애국자 밴스에게 미국 보수 정당 재건과 보수 정권 재창출 임무를 부여했다. 죽음 직전에 머리를 돌려 살아난 기적이 이끈 영감…. 그의 ‘올해의 결정’이다.


트럼프의 공화당과 달리 한국 국민의힘은 정책이라고는 단 한마디 없는, 인신공격만 난무하는 최악의 당 대표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명문 대학을 나왔다는 사람들이 그런다.


그러다 옛날 김대중-김영삼 시절 동원된 깡패들이 벌인 ‘용팔이 각목 전당대회’가 연상되는, 의자 집어던지기 폭력 사태까지 연출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원희룡-나경원-윤상현-한동훈의 서울대 법대 후배로서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옆 지역구에 보수 후보로 나섰다가 패한, 밴스보다 6살 많은 변호사 박상수(45)가 선배들에게 고언을 적었다.


“92학번 50대가 ‘애’라거나 ‘초보’ 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부르는 그들은 30대부터 나라를 지배해 왔다. 우리 세대는 60살이 될 때까지 ‘애’ 소리를 들을 것 같다. 영국의 캐머런 총리는 물러날 때. “나도 한때 보수의 미래였던 적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후 존슨에서 수낙까지 보수의 미래들이 총리를 할 수 있었다. 25년이나 했으면, 보수의 미래 정도는 이제 좀 물려줘도 되는 것 아닐까?”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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