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미(22·경북체육회)가 반칙패로 안타깝게 금메달을 내줬다.
세계랭킹 3위 허미미는 29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에서 펼쳐진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를 맞이해 연장 접전 끝에 반칙패로 패퇴했다.
일본계 캐나다 선수 데구치는 2019년과 2023년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른 현 세계랭킹 1위 선수다. 하지만 허미미도 자신감은 넘쳤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꺾었던 상대이기 때문이다.
파란 도복을 입고 등장한 허미미는 초반부터 업어치기를 시도하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체력적으로 지친 허미미와 데구치는 3분2초를 남기고 나란히 지도를 받았다. 종료 1분 56초 전에는 허미미가 지도 한 장을 더 받았다.
활발한 공격을 이어가려 했지만, 노련한 데구치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0-0에서 ‘골든 스코어’에 돌입했다. 연장 시작 1분48초 만에 소극적으로 나섰던 데구치는 지도를 받았다. 나란히 지도 2개씩 안게 된 상황. 허미미는 더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했지만, 2분 35초 만에 위장 공격 판정을 받고 지도를 안아 허무한 반칙패를 당했다.
허미미의 공격이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더 적극성을 띠고 경기를 했다. 심판의 갑작스러운 지도 판정에 허미미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미정 감독은 눈물을 훔치는 허미미를 안고 위로했다.
승자가 된 데구치 역시 금메달을 따고도 환하게 웃지 못할 정도로 심판의 판정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경기를 지켜본 국내 팬들은 “이것이 유도라면 보고 싶지 않다. 왜 졌는지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찌됐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데구치만 넘었다면 한국 여자 유도는 28년 만에 금메달리스트를 품을 수 있었다. 다소 허무하게 금메달을 내줬지만, 첫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랭킹 1위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은메달을 따낸 것은 매우 큰 소득이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조민선(여자 66kg급) 금메달 이후 한국 여자 유도는 금메달이 없었다. 한국 유도의 현재이자 미래인 허미미를 발견한 것은 분명 큰 성과다.
허미미는 2002년 한국 국적 아버지와 일본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일본에서 자랐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한 유도 선수 출신 아버지를 따라 여섯 살 때 처음 도복을 입었고, 2021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한동안 이중국적자 신분이었지만 지난해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할머니의 바람대로 한국인이 되어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