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이게 유도? 허미미 허무한 패퇴, 승자도 민망


입력 2024.07.30 10:00 수정 2024.07.30 10:00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업어치기 시도하는 허미미. ⓒ 뉴시스

귀중한 은메달을 따낸 허미미(22·경북체육회)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지만, 금메달을 저지한 것이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라는 점은 분통을 터뜨리게 한다.


세계랭킹 3위 허미미는 29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에서 펼쳐진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를 맞이해 연장 접전 끝에 반칙패로 패퇴했다.


일본계 캐나다 선수 데구치는 20192023 세계선수권 정상에 등극한 현 세계랭킹 1위의 강자다. 그래도 허미미는 움츠러들지 않았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꺾었던 상대이기 때문이다.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심판 판정이 타오르는 의지를 꺾어놓았다.


파란 도복을 입고 등장한 허미미는 초반부터 업어치기를 시도하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4강에서 힘을 쏟은 탓에 체력적으로 지친 허미미와 데구치는 3분2초를 남기고 나란히 지도를 받았다. 종료 1분 56초 전에는 허미미가 지도 한 장을 더 받았다. 활발한 공격을 이어가려 했지만, 노련한 데구치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허미미의 공격이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더 적극성을 띠고 경기를 했다.


0-0에서 ‘골든 스코어’에 돌입했다. 소극적으로 나섰던 데구치는 연장 시작 1분48초 만에 지도를 받았다. 나란히 지도 2개씩 안게 된 상황. 지친 기색이 역력한 데구치를 상대로 허미미는 더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2분 35초 만에 위장공격 판정을 받고 지도를 받아 허무한 반칙패를 당했다. 위장공격도 아니고 주저앉은 것이 아니고 일어나는 과정인데 심판은 이때 지도를 선언했다.


허미미(왼쪽). ⓒ 뉴시스

심판의 갑작스러운 지도 판정에 허미미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아 보이는 데구치는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에도 웃지 못했다. 그만큼 심판의 판정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고개를 갸웃하던 김미정 감독은 눈물을 훔치는 허미미를 안고 위로했다.


데구치만 넘었다면 한국 여자 유도는 28년 만에 금메달리스트를 품을 수 있었다. 경기를 지켜본 국내 팬들은 “이것이 유도라면 보고 싶지 않다. 왜 졌는지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허미미에게 (마지막)지도를 내렸다면, 거의 공격을 하지 못했던 데구치에게도 같은 시점에서 지도를 내렸어야 했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경기 후 허미미는 취재진 앞에서 수줍은 듯 미소를 띠면서 “너무 아쉬운 결과다. 열심히 했는데 내가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며 패배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관중석에서 내 이름 불러주실 때 감사했다. 늦게까지 시청해주신 국민들께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겼다.


승자 데쿠치는 마지막 지도 판정에 대해 “내가 답하기는 어려운 질문이다. 유도가 진보하려면 변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우회적으로 판정을 꼬집었다.


유도의 모호한 판정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같은 날 남자 유도 -73kg급에서 일본 하시모토 소이치(33)가 프랑스 조안 벤자민 가바(23)에게 반칙패를 당했다. 이날 하시모토는 위장공격 판정을 받으며 3개의 지도를 안고 반칙패했다.


은메달 획득한 허미미. ⓒ 뉴시스

허미미가 다소 허무하게 금메달을 내줬지만, 첫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랭킹 1위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은메달을 획득한 것은 매우 큰 소득이다. 한국 유도의 현재이자 미래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대회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허미미는 2002년 한국 국적 아버지와 일본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일본에서 자랐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한 유도 선수 출신 아버지를 따라 여섯 살 때 처음 도복을 입었고, 2021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한동안 이중국적자 신분이었지만, 지난해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할머니의 바람대로 한국인이 되어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