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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담보 수상한데 '프리패스'…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일가 수백억 부당 대출(종합)


입력 2024.08.11 12:00 수정 2024.08.11 14:45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우리은행서 600억 넘는 돈 빌린 친인척들

금감원 "350억, 기준과 절차 따르지 않아"

"지주 회장에 내부통제 제대로 작동 안 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들이 우리은행으로부터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백억원 대의 부당 대출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류의 진위 여부와 담보의 가치에 수상한 점이 많았음에도 이른바 프리패스 식으로 무더기 대출이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장에 대해 금융사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고 엄중 대응을 예고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관련 제보 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실시한 현장검사 결과,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11개 차주를 대상으로 총 454억원(23건)의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11일 밝혔다. 대출을 받아 간 차주들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전직·현직 대표 또는 대주주로 등재된 사실이 있는 법인과 개인사업자다.


여기에 더해 원리금 대납 사실 등을 고려 시 대출금의 실제 자금 사용자로 의심되는 9개 차주 대상 162억원(19건)의 대출을 포함할 경우, 총 616억원(42건)의 관련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금감원은 손 전 회장이 지주와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이전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 대상 대출건은 4억5000만원(5건)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대출건들 중 350억원(28건)의 경우 대출 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정하게 취급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올해 7월 19일 기준 전체 대출건 중 잔액 269억원(19건)에서 기한이익 상실 등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은행 대출 취급 적정성 관련 수시검사 사건 구조도. ⓒ금융감독원

사례별로 보면 우선 차주가 허위로 의심되는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별도 사실 확인 없이 대출을 실행한 사례가 있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차주의 사문서위조, 사기 등 혐의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A법인 대상 부동산 매입자금대출과 해당 부동산 리모델링공사자금 대출을 연달아 취급하는 과정에서, 1차 대출 실행 후 차주가 제출한 부동산 등기부등본 상 해당 부동산 실거래가 20억원이 차주의 대출 신청 시 제출한 매매계약서 상 매매가격인 30억원에 미달했음에도 이에 대한 사실 확인 없이 2차 대출이 추가 실행됐다.


또 친인척이 운영하는 B법인 대상 부동산 매입 목적 대출 과정에서도, 해당 차주가 실거래가보다 높은 매매가격이 기재된 계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C법인 대상 30억원 규모의 거래처 대금지급 목적 대출 관련 용도외유용 점검을 실시하는 과정에서는 차주가 해당 대금의 지급증빙으로 비정상 전자(세금)계산서를 제출했음에도 이에 대한 추가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사실이 밝혀졌다.


차주사가 제출한 2건의 전자(세금)계산서 승인번호가 동일했고, 이 중 1건은 차주사가 아닌 다른 법인을 대상으로 발급한 계산서였으며, 차주사를 대상으로 발급된 전자(세금)계산서역시 발급번호를 통한 진위여부 조회결과 정상발급된 전자(세금)계산서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담보가치가 없는 담보물 담보 설정이나 보증여력이 없는 보증인 입보를 근거로 대출을 취급한 사례도 확인됐다.


D법인은 대출 신청 시점에 완전자본잠식 상태였음에도, 이미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가용가액이 전무한 부동산 담보 설정 등을 근거로 해당 법인의 신용도를 상향 평가하고 20억원 규모의 대출이 실행됐다. E법인의 기존 대출 미상환 이력을 인지했음에도, 보증여력이 부족한 대표이사를 보증인으로 입보했다는 이유로 3억원의 신용대출이 실행됐다.


대출 취급 심사와 사후 관리 과정에서 본점 승인을 거치지 않고 지점 전결로 임의 처리한 사례도 있었다.


F법인을 대상으로 직전 실행된 대출이 본래 대출 신청 목적과 무관한 용도로 용도외유용돼 회수 조치된 상황에서, 용도외유용 이력이 존재하는 해당 법인 대상 추가 대출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본점 승인을 거쳐야 했음에도 본점 승인 없이 지점 전결로 추가 대출이 취급됐다.


G법인은 실제 신용등급을 고려할 때 대출 취급을 위해서는 지점 전결이 아닌 본부 승인이 필요했으나, 취급 지점은 해당 법인의 신용등급을 근거 없이 상향 평가한 후 지점 전결로 대출을 취급했다. 사후 신용등급 재평가를 통해 본점의 사후승인이 필요함을 인지하였음에도 관련 조치가 미실되지 않았다.


이밖에 용도외유용 점검 시 증빙자료를 확인하지 않아 유용 사실을 적시에 발견하지 못한 사례도 확인됐다. H법인을 대상으로 한 9억원 규모의 물품 구입 목적 대출 관련 용도외유용 점검 과정에서, 물품 구입 대금의 실제 입금 여부를 확인하지 않음에 따라 해당 대출금이 본래 대출 신청 목적과 달리 유용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금감원 측은 "금융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지주와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 금융관련 법령 위반 소지나 대출 취급 시 이해 상충 여부 등에 대한 법률검토를 토대로 제재 절차를 엄정하게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차주·관련인의 허위서류 제출 관련 문서 위조, 사기 혐의 등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지주, 은행 지배구조 제도 개선과 최근 지속 발생한 은행권 대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준비 중인 여신 프로세스 개선과 관련해 이번 검사 결과로 확인된 문제점을 반영하는 등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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