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아이엠·SK·한화·BNK證 등 충당금 여파에 영업적자
5대 대형사 수수료 수익 증가로 만회...상반기 순익 30%↑
주요 사업 기반 모두 흔들...“신용도 하방 압력 주의해야”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관리 비용이 급증하면서 실적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중소형사들의 기업금융(IB) 사업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자산관리(WM)에서도 대형사들에게 밀리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PF 충당금 추가 적립으로 올해 2분기 영업적자가 지속되거나 적자 전환하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금융 등 IB 사업 침체가 길어지고 있지만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리테일(소매금융) 부문에서도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다올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389억원을 기록하면서 당기순손실 284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손실과 순손실 폭이 모두 확대되며 부진한 실적이 이어졌다. 상반기 순손실은 21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 282억원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아이엠(iM)증권(옛 하이투자증권)도 올해 2분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1003억원, 76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아이엠증권은 작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상반기 순손실도 81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SK증권 역시 올해 2분기 영업손실 612억원, 당기순손실 476억원으로 3개 분기 연속 순손실을 이어갔다. 한화투자증권도 올해 2분기에 적자로 전환했고 BNK투자증권은 올 2분기 BNK금융 계열사 중 나홀로 적자를 봤다.
이들 증권사의 실적 부진 배경에는 부동산 PF 정상화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5월 부실 PF 사업장의 구조조정을 위해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되면서 추가 대손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올 2분기 부동산 PF 관련 증권 257억원, 저축은행 83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했고 아이엠증권 역시 2분기에만 15009억원 규모의 부동산 PF 대손 충당금을 쌓았다. SK·한화·BNK투자증권도 PF 관련 충당금 적립을 대거 늘린 여파가 2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중소형사들의 부동산 PF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당분간 수익성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관련 IB 부문의 수익 창출이 요원해진 상황에서 WM에서도 대형사 대비 떨어지는 경쟁력을 보완하기 쉽지 않아서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국내 자기자본 기준 상위 5대 증권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3조3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이들 대형사는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30.6% 늘어난 2조3952억원을 기록하면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중소형사들과는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다.
대형 증권사들의 호 실적에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크게 작용했다. 대형사들도 부동산 경기 침체의 여파를 겪고 있지만 대신 주식 거래대금 증가에 따라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및 WM 부문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인공지능(AI)이 열풍이 주도한 증시 랠리에 힘입어 국내외 증권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반면 중소형사들은 대고객 접점이 부족한 만큼 상대적으로 리테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내년부터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관련 전산과 세금 납부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대형사로의 고객 이탈이 더욱 심화돼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김선주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중소형사들은 리테일 사업 기반이 미흡해 증시 거래대금 증가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며 “부동산 PF 중심의 사업 전략을 이어온 온 회사의 경우 영업 실적 저하에 따른 시장 점유율 하락까지 더해지면서 신용도 하방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