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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만 올려놓고 성과는 '물음표'…가계 빚 정책 '실기론'


입력 2024.08.23 10:43 수정 2024.08.23 11:05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금리 인상 실패하자 뒤늦게 DSR 규제

인위적 조절에 차주 이자 부담만 확대

한 은행 주택담보대출 안내문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꺾일 줄 모르는 가계대출 증가세에 강도 가계대출 관리에 나섰다. 20여차례의 금리 인상에도 효과가 없자 빚 상환 여력 중심의 가계대출 정책으로 선회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필요시 더 강한 대출 규제까지 예고했다. 그 사이 왜곡된 시장 금리 구조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이자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기대하던 기준금리 인하도 가계부채에 발목이 잡혔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두 달 연기한 후폭풍이 거세다.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대출 규제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실기(失期)론'이 거센 가운데,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된다. 해당 규제에서는 스트레스 금리(가산금리)를 0.75%포인트(p) 더하는 것으로 예정됐지만,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해서는 1.2%p 상향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잡히지 않을 경우 전세자금이나 정책모기지 대출 등에 대해서도 DSR 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정부가 올해 초부터 시행하고 있는 1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는 나중에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가정하고 미리 대출 한도를 줄이는 규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DSR 규제에 따르면, 소득이 같을 경우 금리가 높을수록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든다.


이같은 조치를 취하는 까닭은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서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719조972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보름도 안 돼 4조원 넘게 불어난 규모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권도 발빠르게 대응중이다. 금리 인상에 그치지 않고 일부 대출 상품을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신한은행은 오는 26일부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다주택자 대상 주담대를 막았다. 이 외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조정, 주담대 거치 기간 폐지 등도 거론된다.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연합회장 및 19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

그러나 강력한 규제는 되려 막차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도 대출 접수 후 승인, 시행까지 시간이 걸려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실패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지난 20일 금융위원장과 은행권 간담회가 끝난 뒤 성명을 통해 "가계대출을 쉽게 허용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결여한 금융당국이야말로 문제의 원인"이라며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두 달 연기해 가계부채 문제는 더욱 커졌으며, 은행들에 금리를 올리라고 압박한 결과, 서민들은 더 높은 이자를 감당하게 됐다"고 일갈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신생아 특례대출 등의 정책대출이 가계대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지난 7월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연기하면서 시장에 가계부채 관리 완화 시그널을 줬다"며 "아울러 대출 막차 수요와 시장이 금리 인하에 베팅을 하는 등 다양한 요인들이 맞물려서 가계대출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하 교수는 "부동산을 떠받치는 정책을 펼치고, 완화 정책을 집행하다가 갑자기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시장에서는 정책을 신뢰할 것이냐는 의문이 있을 것"이라며 "DSR 정책은 예외없이 일관되게 가는 방향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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