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닦고 조이고 기름칠 32년…대양(大洋) 못 누비는 ‘온누리호’[해양 R&D⑤]


입력 2024.08.26 09:00 수정 2024.08.26 09: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한국 최초 종합해양조사선 ‘온누리’호

1992년 취항해 올해 32년째 현역 운항

내구연한 훌쩍 지나 기능·안전성 문제

대양 연구 ‘이사부호’ 유일…대체 시급

1992년 취항해 올해로 32년째 운항 중인 온누리호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온누리호는 1991년 건조돼 1992년 3월 장목면 남해연구소에 입항한 국내 해양과학의 대표적 연구선으로 그동안 태평양과 남극 등 대양을 누비며 대한민국 해양과학 발전을 이끌어 온 선박이다. 그러나 온누리호가 건조된 지 16년이 되면서 연구선의 평년 내구연한인 20년이 가까워지고 있고, 대체 선박 건조 기간만 최소 5년이 소요되는 만큼 대체 선박 계획이 시급하다. 특히 연구 및 조사선의 노후화는 장비나 시스템의 낙후로 직결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대체 선박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국내 해양과학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3월 한 지역 신문에 실린 기사 내용이다. 1991년 노르웨이 칼슨 조선소에서 건조, 1992년 취항한 한국 최초 종합해양조사선 ‘온누리호’가 장비 안전성과 시스템 노후로 더 이상 먼바다에서 탐사선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내용이다.


해당 매체가 기사를 보도한 지 17년이 지났다. 17년 전 이미 은퇴를 얘기했지만, 온누리호는 여전히 ‘현역’이다. 폐선할 나이가 훌쩍 지났음에도 ‘닦고 조이고 기름친’ 덕분에 32년째 바닷속을 연구 중이다.


연구 영역은 크게 줄었다. ‘온 세상’이랑 뜻을 가진 온누리호는 더 이상 대양을 누빌 수 없다. 주요 기관은 고장이 잦고, 고장 난 부품은 수급조차 어렵다.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것은 당연하다. 32년 전 ‘최신’이었던 각종 연구 장비는 퇴물이 됐다. 공간 부족 문제로 최첨단 장비를 새로 싣지도 못한다.


무엇보다 국제해사기구(IMO) 등이 요구하는 친환경·안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IMO는 2007년 이후 ▲연료유 탱크 이중선체 보호 의무 ▲오수 배출 규제 ▲선박평형수 처리 설비 강화 등 선박의 친환경 문제와 안전을 강화해 왔다. 1991년생 온누리호는 구조적으로 해당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


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서 운용하는 연구선 가운데 태평양과 인도양 등 먼바다로 출정이 가능한 배는 2016년 11월 취항한 ‘이사부호’가 유일하다.


총톤수 5894t 규모 이사부호는 ▲북서태평양 온난화와 한반도 태풍 발생·급강화 연구 ▲인도양 한·미 공동관측 연구 ▲인도양 중앙해령 해저열수광상 개발유망광구 선정 ▲서태평양 해저산 코발트 망간각 개발유망광구 선정 ▲서태평양 공해·심해저 신생명자원 및 금속자원 탐사 ▲인도양 중앙해령대 심해열수공 생명시스템 이해 등 수많은 해양 연구를 도맡아 하고 있다. 온누리호가 사실상 대양 연구를 하지 못함에 따라 이사부호 역할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항 이후 32년째 운항 중인 온누리호는 장비 노후화 등 문제로 먼바다에서의 연구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은 지난 13일 경남 거제시 장목항에 정박 중인 온누리호 조타실 내에 장비 일부를 수리 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정부 노후 선박 관리 기준과도 맞지 않다. 일반적으로 선박은 건조한 지 20년이 지나면 ‘노후 선박’으로 분류한다. 2019년 개정한 ‘해양수산부 관공선 대체 건조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관공선 경우 강선 및 알루미늄선은 25년, 강화플라스틱(FRP)선은 20년이 내구연한이다. 32년 된 온누리호는 어떤 기준에서도 ‘노후 선박’이다.


온누리호는 지난 친환경 선박 보급 확대 정책과도 어긋난다. 해수부는 지난 2019년 국제 환경 규제 대응과 항만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관공선 140척을 2030년까지 모두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하는 내용의 ‘2030 친환경 관공선 전환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온누리호 노후화 문제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연구원과 승무원 39명이 탑승한 가운데 해양조사에 나섰다가 엔진과 추진기 기체 결함으로 회항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KIOST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온누리호는 최근 5년간 해마다 5억원 가까이 수리 비용으로 사용해 왔다.


신정훈 국회의원은 “만약 태평양 공해상에서 업무를 수행하다 고장이 발생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30년 이상 후쿠시마 오염수 모니터링도 해야 하고 해양과학조사라는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대체 선박 건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계획수립부터 예비타당성조사, 건조 등의 기간을 고려할 때 최소 5년은 소요된다”며 “조속히 동급 수준의 온누리호 대체 선박 구축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누리호 모습.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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