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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하면 안전해질까… 車업계 '갸우뚱'


입력 2024.08.26 14:55 수정 2024.08.26 14:55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정부, 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 추진

소비자 안심 시켜도 전기차 구매 확대 효과는 '의문'

화재 예방 직접적 관련 있나… "근본적 대책 아냐"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량들이 전소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완성차업계의 표정이 밝지 않다.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와 화재 예방의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는 데다, 중국산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인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색안경을 씌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소비자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단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것을 넘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5일 자동차 제조사의 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신축 건물 지하 주차장에는 화재 조기 감지와 확산 방지가 가능한 습식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가 추진된다.


정부의 이번 화재방지 대책은 지난 1일 인천 청라에 위치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전기차에 대한 안전 우려가 퍼지면서 배터리 제조사를 완성차 제조사들이 자발적으로 권고하도록 했지만, 이번 협의회를 통해 '권고'를 '의무화'로 수위를 높였다. 배터리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각각 민간 업체들이 자사 홈페이지에 권고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주도로 이런 정보를 취합해 한 곳에 공시한다면 고객 입장에서는 원하는 정보를 더욱 편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객들이 해당 정보를 원하고, 배터리 정보를 확인한 후 안전에 대해 안심할 수 있다면 의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더욱 크게 번지고 있다. 특히 '배터리 제조사 공개 의무화가 화재 예방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우려다.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이유'가 불분명 하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전기차 보급을 늘려야하는 상황에서 최근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졌으니 어떻게든 액션을 취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제조사를 공개한다고 해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나. 화재 이후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세운 대책이라기엔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또 이번 배터리 제조사 공개 의무화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마녀사냥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기차 화재로 시작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 의무화는 '화재가 났던 전기차의 배터리 제조사를 피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배터리에는 불이 날 확률이 높고, 한국산 배터리가 비교적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나 데이터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번에 화재를 일으킨 차량의 배터리가 중국산이었던 것이 모든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는다"며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해 소비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기 위함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 배터리 제조사를 소비자들이 확인하고 구매를 하더라도, 화재가 나지 않는 전기차를 골라서 살 수는 없다. 한국산 배터리가 비교적 안전하다는 데이터나 연구결과도 발표된 적 없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천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의 원인이 배터리라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고, 화재 차량이 중국 배터리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배터리보다 중국 배터리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생겨났다"며 "중국산 배터리에서만 불이 나고, 한국산 배터리에서는 절대 화재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방증이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에서 정부가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라고 한다면 '중국 배터리를 거르고 구매하라'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며 "엄연한 마녀사냥이다. 한국 배터리에서 불이 나면 이제 배터리 제조사 정보는 소비자들에게 쓸모있는 정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의무화할 경우 통상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앞서 정부도 강제적 공개 조치보다는 권고에무게중심을 둔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일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확대되고, 중국산 배터리를 배제하는 움직임이 생긴다면 중국과의 통상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을 안심시키자고 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는 완성차 제조사, 배터리 제조사에 부정적 시각을 심어주는 정책보다는 '근본적인 화재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차량이 자체적으로 먼저 화재를 감지하고 알려주는 시스템을 의무화 하거나, 정부가 '배터리 안전 등급'을 만들어 적정 수준 이상을 통과하지 않으면 차량을 출시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조금 더 실효성 있고, 직접적으로 화재를 예방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전기차나 배터리 안전 등급을 매기거나, 차량 자체 점검 등이 대안이 될 수 있겠다"며 "화재가 일어난 이후 운전자와 주변 차량들의 초기 진압 및 조치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는 국민이 늘어나야한다. 캠페인을 통한 전기차 화재관련 정보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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