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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61개 병원 29일부터 총파업 예정…임금인상 및 인력확충 요구


입력 2024.08.28 10:18 수정 2024.08.28 10:19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책임, 남은 의료진이 지고 있어"

"간호법 제정해 불법 의료에 내몰리는 PA간호사 보호해야"

28일 간호법 제정안 국회 통과하면 파업 철회 가능성도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 지부의 임금협상 결렬시 파업을 예고하는 현수막ⓒ연합뉴스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 종사자들이 속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별노조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이하 노조)이 29일 조속한 진료정상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다. 다만 보건의료노조의 요구사항 중 하나인 간호법 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파업이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월 말 전공의 집단이탈로 시작한 의료공백 사태가 6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병원 노동자들이 병원을 떠나게 되면 의료 현장의 혼란과 환자들의 불편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8일 노조에 따르면 노사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이날 저녁부터 각 의료기관별로 총파업 전야제를 가진 뒤 29일 오전 7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한다.


앞서 노조는 지난 13일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서를 제출해 15일간의 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1차 조정 회의를 거쳤음에도 조정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노동쟁의 조정 기간 마지막 날인 이날 전야제에선 최희선 위원장의 대회사와 교섭 경과와 투쟁 조직화 상황 보고, 산별총파업 투쟁 일정 설명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2차 조정 회의마저도 최종 결렬되면 노조는 노동쟁의권을 확보하게 돼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앞서 노조 소속 61개 사업장은지난 19~23일 동안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해 약 91%의 찬성률로총파업을 가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를 중심으로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약사, 치료사, 요양보호사 등 의료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한 산별노조로, 조합원이 8만2000명에 육박한다. 의사는 일부만 가입해 있지만 의료계의 다양한 직역이 속해 있다.


총파업 대상 의료기관은 모두 61곳이다. 고려대의료원·한양대의료원·중앙대의료원·강동경희대병원·조선대병원·한림대의료원·이화의료원·노원을지대병원·대전을지대병원 등 사립대병원이 19곳이다.


절반인 31곳이 지방의료원이나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병원이며, 중소병원이 12곳이다. 수도권 대형병원인 '빅5' 병원 가운데서는 서울아산병원과 성모병원이 보건의료노조에 속해있지만, 쟁의 사업장은 아니다.


민주당-보건의료노조 긴급 간담회ⓒ연합뉴스

노조는 지난해 19년 만의 총파업을 이틀간 벌인 바 있는데, 이번에 파업에 돌입할 계획인 사업장은 작년 140곳(4만5000명 참여)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노조는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곳에는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장의 우려는 큰 상황이다.


의료현장에 남아있는 인원들은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집단이탈 이후 발생한 인력 공백으로 인해 지속적인 업무 과부하에 시달려왔다. 거기에 최근 코로나19 재유행 및 온열질환 환자의 급증으로 일부 응급의료 현장에선 환자를 받을 최소 인원도 유지하지 못해 정상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작년 총파업 때도 상대적으로 덜 응급한 수술 스케줄이 늦춰지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노조는 사측과 정부에 ▲조속한 진료정상화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책임 전가 금지 ▲불법의료 근절과 업무범위 명확화 ▲인력 확충 ▲주4일제 시범사업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 마련 ▲간접고용 문제 해결 ▲기후위기 대응 ▲표준생계비 확보와 생활임금 보장 ▲총액 대비 6.4%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의사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 장기화 상황에서 간호사 등 남은 의료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 있다.


노조는 의사들의 불법적인 집단행동이 가져온 경영 악화 상황인데도, 병원 측이 간호사 등에게 장기 휴직 등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참가 병원ⓒ보건의료노조 제공

노조는 지난 24일 파업 가결 소식을 알리며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끼니를 거르고, 폭언·폭행에 시달리며 의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몇 배로 늘어난 노동강도에 번아웃(소진)되면서 버텨왔다"며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가 부른 의료공백으로 인한 경영위기 책임을 더 이상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강조했다.


진료지원(PA) 간호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겪는 혼란을 해소하라는 것도 노조의 요구 사항이다. 그나마 28일 오전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복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오후에 본회의 통과 가능성을 보이자 노조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와 법안심사소위원회 통과를 적극 환영한다"며 "불법의료행위에 내몰려온 진료지원(PA) 간호사들의 의료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야가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합의점을 마련한 것은 노사 교섭 타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인 PA간호사 제도화 문제를 해결한데 이어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도 적극 교섭해 합의점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간호법 국회 통과와는 별개로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응급·중증 등 필수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할 계획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관계 장관회의에서 "전공의 공백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의료현장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을 결정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보건의료인들의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규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를 열고 "정부는 추석명절 전후인 9월 11일부터 25일까지 약 2주간을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지정하고 응급의료에 대한 집중 지원 대책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을 위해 내달 11일부터 25일까지 약 2주간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기존 인상분인 150%에서 추가 인상할 계획이다. 아울러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인건비 지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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