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한체육회의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대체지 선정 작업에 제동을 걸었다.
유 장관은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건립에 대한 정연욱 의원 질의 시간에 "국고 20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국가대표 훈련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한체육회가 결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며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에서 직접 관할할 수 있는 부서를 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체지 선정과 관련해 대한체육회를 배제하고 독립기구를 꾸리겠다는 의미다.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인근의 태릉과 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철거가 불가피하다.
태릉선수촌 내 국제스케이트장을 2027년 철거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대한체육회는 새 국제스케이트장 부지 공모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지난 4월 총선, 7월 파리올림픽을 이유로 유치 신청을 한 지방자치단체 평가 실사를 미뤘고, 지난 8월 말에는 대체지 선정을 잠정 연기했다. 유치전에 나선 7개 지자체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했다.
대한체육회는 당시 국가유산청의 의견과는 별도로 체육회 차원에서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존치를 목표로 연구 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투명하지 못한 결정 과정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3선에 도전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내년 1월 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 결정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단체장들까지 직접 나서 1년 가까이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7개 지자체는 분통을 터뜨렸다.
정 의원은 "정상적인 절차 없이 부지 선정위원회의 의사결정을 거치지 않고, 체육회 이사회 의결로만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지적했고, 유 장관 역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지 선정위원회의 구성 인원, 회의 자료, 회의록 등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유 장관은 “이번 기회에 이런 사안에 대해 결정하는 방법 자체도 수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원래 계획대로 2027년까지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의 대체 시설 건립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유네스코와 직접 대화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건립 타당성 연구 용역이 중단되고, 연구 용역 진행 과정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쪽으로 흐름이 이어지자 유치전에 나섰던 지자체 관계자들은 “유치를 위해 썼던 돈과 행정력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실사도 연기되어 답답했는데 선정 주체가 바뀌면 선정일까지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며 허탈함과 좌절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