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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여성 감독들의 파격적 성취, 한국 영화계 새로운 흐름으로 [여성 감독의 성장과 장벽①]


입력 2024.10.08 14:03 수정 2024.10.08 14:0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올해 상업영화 손익분기점 돌파한 영화 8편 중 3편이 여성 감독 작품

"기존 남성주의적 시각 벗어나, 인물 캐릭터 신선, 힌국 영화계 다양성 성취 확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계는 ‘천만영화’ 혹은 ‘대박 영화’가 아니라, 손익분기점을 넘거나 100만 관객 돌파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속칭 ‘초토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감독들의 잇따른 흥행작 배출은 단연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파일럿, '그녀가 죽었다', '시민덕희' 포스터

올해 국내 상업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시민덕희', '파묘', '범죄도시4', '그녀가 죽었다. '핸섬가이즈', '탈주', '파일럿', '베테랑2' 등 8편 중 '시민덕희'(171만 3665명), '그녀가 죽었다'(123만 7103명), '파일럿'(469만 6765명) 세 편이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절반 가까운 성적이다.


1000만 관객 돌파 영화가 다섯 편이 배출되며 극장가의 부흥기였던 2019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었던 한국영화 16편 중 '말모이'(엄유나 감독), '가장 보통의 연애'(김한결 감독), '돈'(박누리 감독) 등 3편이 여성 감독의 영화였다.


2020년에는 '히트맨', '정직한 후보', '남산의 부장들', '#살아있다', '반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소리도 없이', '담보',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9편 중 '소리도 없이'(홍의정 감독) 1편으로 줄었다.


2021년에는 '모가디슈', '싱크홀' 2편만이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며 2022년에는 '범죄도시2', '헤어질 결심', '공조: 인터내셔널', '올빼미', '헌트', '한산: 용의 출현', '육사오', '마녀 파트2' 총 8편, 2023년에는 '범죄도시3',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잠', '달짝지근해' 5편으로 여성 감독의 영화가 3년 연속 한 편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이에 올해 손익분기점 돌파 8편 중 3편이 여성 감독들의 영화라는 점, 특히 오랜만에 신진 여성 감독들의 활약이라는 점은 극장가에 반가운 일이었다.


김세휘 감독, 김한결 감독, 박영주 감독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시민덕희'의 박영주 감독, ‘파일럿’ 김한결 감독은 독립영화계에서 단편 연출 당시부터 두드러지는 활동으로 활약을 예고했던 영화인들이다.


박 감독은 단편 '1킬로그램'으로 칸 국제영화제 씨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진출, '선희와 슬기'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일찌감치 영화계에서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단편, 중편 독립영화를 거쳐 세 번째 연출한 '시민덕희'로 상업영화의 흥행까지 성공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김한결 감독은 2009년 단편영화 '구경'으로 데뷔해 그해 청룡영화제 청정원 단편영화상을, '술술'로 미쟝센 단편영화제 희극지왕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파일럿'은 김한결 감독의 두 번째 상업영화다. 공효진, 김래원 주연의 '가장 보통의 연애'로 2019년 292만 명을 동원하며 첫 장편 데뷔작을 성공시켰다. 올해는 조정석 주연의 '파일럿'으로 '82년생 김지영'(367만 9265명)의 김도영 감독,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401만 8872명)의 임순례 감독을 넘고 입장객 기준 역대 스코어 1위 여자 감독에 이름을 올렸다.


김세휘 감독은 영화를 전공하거나 오랜 시간 연출을 준비한 신인 감독들과 걸어온 길이 다르다. 전공이 아닌 호기심으로 독립영화 스크립터로 받을 디딘 이후, '치외법권', '인천상륙작전', '덕구' 등의 스크립터 활동을 하며 시나리오 공모전에 도전해 '그녀가 죽었다'와 인연을 맺어 시나리오를 새로 쓰고 메가폰까지 잡았다.


이들은 작품에서 주로 남자 주인공이 맡았던 캐릭터를 여성 캐릭터로 세우거나 역할을 전환 시켰다.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여성이 중국까지 날아가 실제 보이스피싱범을 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남성 주인공이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는 범죄물은 지금까지 만들어졌지만, 일반적인 40대 여성이 동료들과 함께 연대해 보이스피싱범들을 잡아내자 신선함이 더해졌다.


'그녀가 죽었다'는 변요한과 신혜선이라는 두 배우를 앞세워 관음증 환자와 관종 연쇄살인범이라는 설정으로 선과 악의 대립을 뚜렷하게 두지 않고 악과 차악의 대결로 영화를 이끌어 나갔다. '파일럿'은 조정석을 주인공으로 했지만, ‘여장’을 한 파일럿이라는 설정으로 전문직 여성의 정체성과 직업적 갈등을 풀어냈다.


윤성은 평론가는 "독립영화에서는 여성 감독이 너무 많아 특별한 뉴스거리가 못될 정도인데 상업영화 쪽에서는 두드러지는 활약이 반갑게 여겨지고 있다. 흥행뿐만 아니라 '시민덕희', '그녀가 죽었다', '파일럿' 모두 작품의 퀄리티도 좋았고, 기존 남성 감독들의 영화에 뒤처짐이 없었다. 사회적인 시선이나 이런 것들도 기존에 남성주의적 시각으로 봤던 것에 벗어나 인물 캐릭터도 다양해 신선했다“라며 ”주제와 소재, 이야기, 캐릭터 등 여러 가지에서 면에서 다양성이 부족한 한국영화계 성취 확대를 견인했다“라고 전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극장은 크게 위축됐다. 블록버스터 영화나 마니아층을 노린 애니메이션·콘서트 영화만이 관객을 늘리는 가운데 신진 여성 감독이 만든 작품들이 연달아 흥행을 거뒀다는 건 괄목할 만한 일이다. 특히 올해 신진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 좋은 성과를 거둬 업계 내 새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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