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존슨 미 연방 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이 트랜스젠더 여성의 워싱턴DC 연방 의사당과 하원 건물 내의 여자 화장실 사용을 금지했다. 이 조치는 올해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사상 첫 트랜스젠더 의원으로 선출된 민주당 새라 맥브라이드(델라웨어) 당선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현지시간) 존슨 의장은 "화장실, 탈의실, 라커룸 등 의사당과 하원 건물 내부의 단일 성별을 위한 시설은 해당 생물학적 성별을 지닌 개인을 위해 준비됐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각 하원 의원 사무실에는 개인 화장실이 있고, 의사당에 남녀 공용 화장실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여성은 여성 전용 공간을 사용할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존슨 의장의 조치는 앞서 공화당 낸시 메이스(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이 전날 제안한 조치를 받아들인 것이다. 메이스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나는 남성이 여자 화장실, 탈의실에 들어가는 것을 100% 막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맥브라이드 당선인은 성명에서 "나는 화장실을 두고 싸우러 온 게 아니다"며 "나는 델라웨어 주민을 위해 싸우고 가족들이 직면한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왔다"고 했다.
이어 "모든 의원과 마찬가지로 나는 존슨 의장이 제기한 규정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따를 것"이라고 대응했다.
맥브라이드 의원은 LGBTQ+(성소수자) 활동가로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고 전국에서 300만 달러 이상의 선거 자금을 모아 처음으로 연방하원에 입성했다.
성소수자 옹호 단체 '휴먼라이츠캠페인'의 켈리 로빈슨 대표는 존슨 의장의 조치에 대해 "잔인하고 차별적"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캐서린 클라크 원내 수석부대표(매사추세츠)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공화당 하원 다수파가 435명 의원 중 한 명이 사용할 화장실을 거론하면서 119대 의회를 시작하는 것은 좋은 시작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멜라니 스탠스베리 하원의원은 "1990년대까지는 하원 본회의장 바깥에 여자화장실이 없었다"며 "동료 여성 의원이 다른 여성 의원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구역질 나고 수치스럽고 무책임하고 비민주적인 행동"이라고 메이스 의원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