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주주보호 책임·원칙 부재’ 지적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자산 감소 사례 비일비재
스튜어드십코드·세법 개정·연금제도 개혁 필요
주주이익 보호를 위해선 세세한 규정 보완보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먼저라며 상법 개정 만이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한 기초이자 지름길이란 주장이 나왔다. 물적 분할 상장 등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트라우마가 ‘셀 코리아(Sell Korea)’의 근본적인 원인이란 지적이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패널로 나서 “기본적인 주주이익 보호 책임과 원칙이 지금 없다”며 “누가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며 누구 책임이냐라는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할 수가 없다면 원칙 자체가 뜬구름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노력과 성과를 평가하고 한국 증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학계·연구기관, 금융업계, 개인투자자 등 패널 9명과 방청객 20여명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천 부회장은 이날 국내외 기관과 개인투자자가 한국 증시를 떠나는 이유로 쪼개기 상장 등으로 인한 갑작스런 투자손실과 이로 인한 트라우마 경험을 지적했다.
그는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 상장, 작년 두산그룹 구조개편 등 잊을만하면 한 번씩 공시되는 저가 상장폐지, 불공정 주식 교환·합병, 쪼개기 상장 등 투자자들의 자산이 하루아침에 줄어드는 그런 일들이 우리 증시에 너무 많다”며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일을 겪은 투자자들은 보통 주식 시장을 떠난다”고 꼬집었다.
천 부회장은 상법 개정이 지난 30년 동안 수많은 트라우마를 겪었던 투자자들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공감하고 있는 마지막 대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상법 개정은) 일반주주를 대체 누가 보호하는가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해 ‘이사회’라는 답을 주자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기초적인 의무와 원칙이 있어야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대책도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상법 개정 외에도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세법 개정·연금제도 개혁’ 등도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미 있는 주주활동을 위해선 기관투자자 간 협의 소위 주주 간 연대라는 것에 대해 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영이 되거나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관투자자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해도 자본시장법상 5% 대량 보유 보고 의무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증시 활성화가 제한적인) 원인이 다른 데 있을 수 있다”며 “상속세 개편이라든가 공익법인법 개정 통해 자녀한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공익법인을 통해 주식을 공익법인에 주게 되고 그 공익법인들에게 배당을 많이 줘서 공익 활동을 할 수 있는 그러니까 긍정적으로 환원시켜 증시 활성화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시장 참여에서 어떤 질적인 측면이 조금 더 강조가 돼야 되고 퇴직연금이 오히려 양적 측면이 강조가 되는 게 제도 개편의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이 결론”이라며 “시장에서 보면 실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거의 150조원 가까이 되는 양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플레이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토로회에서 제기된 시장 참여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단 계획이다.
이복현 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국회 법사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 구체적인 법안들이 올라와 있고 정부도 법안을 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2월에 국회가 열리면 감독당국도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며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어 투자자들과 시장이 요구하는 것들이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합리적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