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기관에 진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가 1년새 3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무불이행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30조원을 돌파했다.
16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채무불이행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335만8956명의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1122조7919억원으로 전년 대비 7719억원 늘어났다.
개인사업자 중 금융기관에 대출액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은 15만5060명으로 같은 기간 대비 35%(4만204명) 급증했다. 이들이 진 빚은 30조7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29.9%(7조804억원) 늘어 30조원을 돌파했다.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고금리 속에 깊어지고 장기화하는 내수 침체가 자리잡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소매판매액은 전년 대비 2.2% 줄어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21년만에 최대폭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줄며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이는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감소다.
자영업자들의 빚이 늘어난 계기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크다. 지난해 자영업자들의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이었던 2020년 853조8488억원 대비 31.5%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증가 속도는 완화되고 있다.
빚 못 갚는 고령층 자영업자의 증가 폭은 심각하다. 지난해 말 60대 이상 개인사업자의 금융기관 대출잔액은 372조4966억원으로 전년 대비 24조7303억원이나 급증했다. 대출규모가 늘면서 고령층 채무불이행자 수와 대출 잔액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60대 이상 채무불이행자 수는 2만795명에서 3만1689명으로 같은 기간 대비 52.4% 늘었다. 채무불이행자가 보유한 대출금액 역시 1년 새 5조1840억원에서 7조8920억원으로 52.2% 폭증했다.
금융당국은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은행권을 통한 금융지원을 준비 중이다.
앞서 지난해 말 은행권은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올해 연체나 폐업 위기 등 자영업자 25만명에게 연간 7000억원, 3년간 2조원 안팎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상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차주는 다음 달부터 금리감면 등 최장 10년까지 천천히 나눠 갚을 수 있도록 소상공인 맞춤형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