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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은행 가기 힘들었는데~"…우리은행 이동점포 '위버스' 어르신 탑승 완료!


입력 2025.02.19 07:17 수정 2025.02.19 07:17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5대 시중은행 영업점 수 급감 추세

장거리 이동 힘든 고령층 만족도 높아

방문판매법 때문 금융 상품 판매 제약

접근성 제약하는 주차 문제 개선 시급

역촌노인복지관 앞에 운영 중인 우리은행 이동점포 '위버스'. ⓒ정지수 기자

지난 18일 오전 서울 은평구 역촌동, 봄을 재촉하는 절기상 우수(雨水)를 맞았지만 때늦은 한파로 골목길은 한산했다. 빽빽한 빌라와 다세대 주택 사이를 간혹 오가는 사람들은 옷깃을 여민채 종종 걸음을 걷는다. 기자가 찾은 역촌동 인근은 상대적으로 고령층이 많은 구도심에 속한다. 때문에 추운 날씨에 어르신들이 볼일을 보러 외출을 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이런 생각이 끝날 때 쯤 도착한 역촌노인복지관 앞 좁은 골목에 낮익은 로고가 붙은 25인승 버스 한 대가 보인다. 바로 우리은행의 이동점포 '위버스'.


우리은행은 수도권 내 금융소외지역을 대상으로 이동점포 서비스 '우리동네 우리가 간다'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곳 역촌동에 계신 어르신들 처럼 오프라인 은행에 방문하기 어려운 금융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평균 주 4회 상시 운영 중이다.


지역 사회복지관과 제휴해 매주 ▲월요일 북부 장애인종합복지관 ▲화요일 역촌 노인종합복지관 ▲수요일 송파 노인종합복지관 ▲목요일 국립 서울맹학교 등에서 진행하고, 매월 첫주 금요일에는 양천 어르신종합복지관을 찾아 다니고 있다.


위버스는 차량 통행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 골목 경사를 따라 왼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채 주차돼 있었다.


서명성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부부장은 "(버스가 기울어져) 허리가 아파도 가끔 내려서 스트레칭하면 괜찮아요. 매번 와줘서 고맙다고 하시는 어르신들 보면 힘이 나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백은주(왼쪽) 본점영업부 부부장과 서명성 본점영업부 부부장이 이동점포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정지수 기자

위버스 안에 자리한 두 개의 창구에는 일반 지점과 동일한 업무 시스템이 깔려있다. 이동점포에서도 은행의 모든 업무가 다 가능하단 얘기다. 현금 입출금, 통장 정리, 통장 이월, 통장 신규, 각종 제신고 세금 및 공과금 수납 등의 업무가 가능하다.


다만 방문판매법에 따라 펀드나 방카슈랑스 등 금융 상품 판매는 금지된다. 방문판매법 적용을 받으면 소비자는 계약 후 14일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해 일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은 이동점포에서 판매하기 어렵다.


위버스가 오는 날이면 복지관은 더 복작복작해진다. 특히 이 날은 어린이집 졸업식이 이곳 노인복지관에서 열린 터라 활기가 돌았다. 아이들 졸업식 진행을 도와주시던 어르신들은 잠시 틈을 내 은행 버스에 올라섰다.


위버스로 오르는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이었다. 바쁜 업무를 처리하느라 복잡한 일반 은행 지점과는 다른 정겨운 분위기다.


한 80대 고객은 "여기 옆에 다니던 은행이 없어졌는데 마침 복지관에 일주일에 한번씩 오더라"며 "노인이 되니 돈을 자주 부칠 일도 없지만, 그래도 가끔 은행까지 멀리 갈 때면 힘들었는데 참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점 가면 번호표 뽑아서 기다리느라 한 세월인데, 안 기다리고 아주 바로바로 하니까 정말로 고맙다"며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우리은행 이동점포 '위버스' 내부 모습. ⓒ정지수 기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총 영업점 수는 2023년 말 3927개에서 지난달 말 기준 3790개로 약 1년 사이 137개 급감했다. 오는 3월 말 내로 예정된 통·폐합까지 고려할 경우 5대 은행의 점포 수는 모두 165개가 줄어든다.


실제 노인복지관에서도 가장 가까운 우리은행 지점은 역촌동 지점으로 1.2km쯤 떨어져 있다. 도보 20분 거리지만 어르신들이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 은행 업무를 보러 가기엔 꽤 먼 거리다. 통장정리 같은 단순한 볼일도 모바일이 아닌 실물 통장이 더 편한 어르신들은 이동점포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어르신은 위버스에 오르며 마치 명절에 찾아온 손자를 맞는 것처럼 반가워 했다. 그에게 매주 찾아오는 위버스는 은행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어르신은 "매번 같은 분들이 이렇게 오시니까 더 반갑고, 친절하게 해줘서 올 때마다 기분이 좋다"며 "일주일에 한 번 오는데, 이제는 두 번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이동점포 위버스가 좁은 골목길에 갸우뚱 주차 돼 있다. ⓒ정지수 기자

최동훈 채널전략부 부부장은 "지점이 줄어들면서 은행에 가기 힘들다 보니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많이들 반겨하시고, 타 은행에서 신규로 고객이 유치되기도 한다"며 "앞으로도 편리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좁은 골목길 주차는 이동점포가 해결해야 하는 골칫거리다. 버스나 트럭 등을 이용해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한 자리에서 운영하다 보니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은행의 이동점포 제휴 요청에 소극적인 복지관도 있다. 복지관 방문 고객들을 위한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이동 점포를 위해 자리 내주기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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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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