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내년부터 해상 탄소세 본격 도입
목표 초과하면 t당 380달러 벌금
배출권거래제 통해 이익 공유 가능
정부, 해운 탈탄소 지원 늘릴 필요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상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세’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해운업계 탄소 감축이 시장 경쟁력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물동량 99%를 바다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탄소세 부과에 따른 시장 변화에 선제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유엔(UN) 산하 IMO는 이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3)에서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 조치를 승인했다.
사실상 해상 ‘탄소세’로 불리는 이번 조처는 2027년부터 5000t 이상 대형 선박을 대상으로 연간 온실가스 연료 집약도(GFI)가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t당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기준으로 감축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이행하지 못하면 t당 탄소세를 내야 한다. 참고로 5000t 이상 선박은 국제 해운에서 발생하는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5% 차지한다.
이번 회의에서 태평양 도서국과 유럽 국가들은 t당 고정세 방식을 주장했다. 중국과 브라질 등 수출국들은 배출권거래제 방식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양쪽 의견을 절충해 t당 탄소세를 부과하면서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5000t 이상 선박이 GFI를 초과하면 t당 380달러(약 52만원)의 세금을 부과한다. 이들 선박은 초과한 배출량만큼 벌금 형태의 ‘보완 단위(RU, Remedial Unit)’를 구매해 상쇄시켜야 한다.
반대로 청정연료 등을 사용해 목표를 초과해 탄소를 줄인 경우 남은 감축분을 ‘초과 단위(SU, Surplus Unit)’로 인정받아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또는 탄소 감축분을 다른 배로 이전도 가능하다.
이번 조처는 탄소 배출이 적을수록 선박(선사)에 실질적인(금전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IMO는 실효적인 조처로 해운 분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결정을 “수년에 걸친 논의와 복잡한 외교 협상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화석연료 경제 기반 국가들이 기후위기 취약국이 주장하는 조치에 강력히 반대하는 등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는데, 이러한 난항을 거쳐 국제 해운 부문 온실가스 감축의 첫 제도적 특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후솔루션 평가처럼 이번 IMO 결정은 해운 분야 넷제로(Net-zero)를 위한 실질적인 규제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2050 탄소중립’이라는 IMO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향후 탈탄소 압박이 추가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실제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유럽 교통·환경 연구단체 T&E는 이번 계획이 온전히 이행되더라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률은 최대 10% 이하가 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는 2030년까지 20~30%를 감축한다는 IMO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IMO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규제 강도를 더욱 높일 수밖에 없다.
기후솔루션은 “제도가 마련됐다는 사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실질적인 감축을 이끌기 위해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개입과 제도 개선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IMO 결정은 물류의 99%를 해상으로 처리하는 한국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미 글로벌 화주들은 ‘무공해 해상 구매자 연합(ZEMBA)’을 꾸려 화물 운송 단계에서 선박이 배출하는 탄소를 기존 대비 90%까지 낮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녹색해운항로’ 확대나 친환경 선박 보급 지원, 친환경 연료 전환 등 다수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점은 다행이다. 다만 국내 해운분야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고려할 때 더욱 많은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기후솔루션은 “비화석 연료 선박이 다니는 녹색해운항로 확대를 위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 향후 국내 해운사 탄소세 부담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비화석연료 선박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내 조선소에 대한 지원을 늘려 조선업 미래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이번에 승인된 IMO 선박 온실가스 감축 중기조치는 국제해운 탈탄소화의 신호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계기”라며 “이른 시일 내 정책설명회를 개최해 논의 결과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우리 해운·조선 등 산업계가 향후 중기조치 이행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기준 넘기면 t당 52만원…韓 해운업, 준비상태는 [막오른 해운 넷제로②]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