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예수의 생애', 북미 박스오피스 2위…할리우드 빈틈 뚫은 한국 애니 [D:영화 뷰]


입력 2025.04.16 14:25 수정 2025.04.16 14:2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한국 제작사 모팩스튜디오가 만든 3D 애니메이션 '예수의 생애'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마인크래프트 무비'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지난 4월 11일 개봉한 이 작품은 개봉 첫 주말에만 1905만 397달러를 벌어들이며, 1998년 드림웍스가 제작한 성경 애니메이션 '디집트 왕자'의 오프닝 주말 수익(1460만 달러)을 25년 만에 뛰어넘는 기록을 세웠다.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는 '예수의 생애'가 개 '아마추어'와 '드롭' 등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의 신작을 제치고 한국 제작 애니메이션이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예수의 생애'는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저서 '우리 주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를 각색한 작품으로, 장성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김우형 촬영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여기에 오스카 아이작, 피어스 브로스넌, 케네스 브래너, 우마 서먼 등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이 성우로 참여하면서 국제적 주목도를 높였다.


부활절 시즌과 맞물린 개봉일 설정, 관객 1인당 어린이 1명을 무료 입장시키는 가족 마케팅 전략 등도 흥행을 견인한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예수의 생애'가 할리우드가 상대적으로 간과해온 종교 서사와 가족 관람층이라는 틈새시장을 정조준하며 빈틈을 파고들었다는 데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오락용 애니메이션이 아닌, 특정 문화권과 신념 체계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감정적 공감과 정체성의 연결을 이끌어낸 기획 전략의 성과이기도 하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모팩스튜디오는 한국의 대표적인 VFX(시각효과) 전문 기업으로, 영화 '해운대', '명량', 드라마 '태왕사신기', '별에서 온 그대' 등의 CG, VFX 작업을 담당해왔다. 이번 작품은 모팩이 기존의 외주 기반 기술 기업을 넘어 자체 IP 기반 콘텐츠 제작사로 본격 도약했다는 점에서 산업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지금까지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은 드라마, 음악, 일부 장르 영화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고도화된 기술력과 글로벌 기획력이 결합된 한국 애니메이션이 북미 극장 시장이라는 가장 경쟁적인 무대에서도 실질적 흥행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장르적 실험과 특정 문화권 대상 타깃팅, 그리고 현지 성우진과의 협업 등은 향후 K-애니메이션의 해외 진출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주요 사례로 활용될 수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