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유서감정 참여자 증언 중 일부가 허위라는 원심은 정당"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며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이 사건 발생 21년 만에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19일 서울고법의 ‘유서대필 사건’의 재심개시 결정에 대해 “유서감정에 참여한 김형영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문서실장 등의 증언 중 일부가 허위라고 봐 재심을 결정한 원심은 정당하다”며 검찰이 낸 항고를 기각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유서 감정은 필적을 김기설 씨의 것으로 예단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새로운 증거자료들이 무죄의 명백한 증거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지만, 허위 증언 등의 사유가 인정돼 재심 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유서 대필 사건’은 민주화운동 후반부였던 1991년 5월 당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의 총무부장인 강 씨가 후배 김기설(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씨에게 분신할 것을 사주하고 유서를 대신 써 준 혐의로 옥살이를 한 사건이다.
검찰은 같은 해 7월 강 씨를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하면서 기소의 결정적 근거로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 감정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듬해인 1992년 강 씨에게 자살 방조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 씨는 1994년 8월 만기 출소했다.
그러나 2007년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강 씨는 김 씨의 유서를 대신 쓰지 않았다”며 이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고 국가에 사과와 재심 조치를 권고했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강 씨 변호인단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2009년 9월 이 사건에 대해 무죄 취지로 재심을 개시했다.
당시 재판부는 재심 결정 이유에 대해 “기존 판결은 1991년 국과수 감정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채용했지만 새로 발견된 증거와 2007년 국과수 감정결과 등의 조사결과와 모순돼 도저히 유지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이 즉시 항고하면서 대법원은 3년이라는 장고에 들어갔다. 대법원이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재심을 개시함에 따라 강 씨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