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드래프트]영광 잃은 기회 놓친 '불씨 살린다'
이혜천-심수창 등 2차 드래프트로 새 야구인생 열어
FA-트레이드 아닌 방식으로 또 한 번의 대이동
변화는 곧 새로운 기회다.
한때 영광을 누렸지만 지금은 과거의 빛을 잃고 방황하던 선수들,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지만 저마다의 사연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선수들이 새 둥지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연다.
FA 시장에 이은 프로야구계에 또 한 번의 ‘선수 대이동’이 벌어졌다. 지난 22일 서울 리베라호텔서 열린 2013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에서는 즉시전력감으로 꼽히는 베테랑 및 유망주들이 상당수 포함돼 눈길을 모았다.
김주원이 전체 1순위로 ‘제10구단’ KT 위즈, 삼성 투수 이동걸은 2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두산 소속이던 이혜천이 NC, 임재철은 LG의 부름을 받았다. 넥센 심수창과 한화 이여상은 나란히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2차 드래프트는 2011년 처음 도입됐다. 신생구단 NC 탄생으로 인한 각 구단간 전력불균형 최소화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던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팀을 옮긴 선수들이 ‘히트’하며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두산 유망주였던 이재학은 NC 선발요원으로 자리를 잡으며 올해 10승과 신인왕을 차지했고, 김성배는 롯데 주전 마무리로 성장했다. KIA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신용운도 삼성으로 옮긴 이후 비중 있는 불펜 요원으로 거듭나며 올 시즌 삼성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올해도 각 구단이 보호선수 40인 명단을 제출했다. 타 구단은 여기 포함되지 않은 선수들 가운데 총 3명을 지명할 수 있었다. 안 좋게 보면 주전경쟁에서 밀려난 잉여자원이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FA와 트레이드 외에는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한국야구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을 만나 다시 한 번 야구인생의 반전을 노릴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지명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좌완 이혜천이다.
두산 전신 OB시절부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프랜차이즈 선수였지만 지난 시즌 주전경쟁에서 완전히 밀려 주로 2군에 머물렀다. 임재철은 뛰어난 수비전문 요원이자 포스트시즌에서 여러 차례 좋은 활약을 펼쳐 주목받았다. 하지만 정규시즌에는 정수빈·김현수·이종욱 등이 버틴 두산의 막강한 외야진에 밀려 백업 멤버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비운의 투수' 심수창도 롯데에서 다시 한 번 재기를 꿈꾼다.
LG 시절인 2006년 10승을 거두며 ‘미남 스타’로도 눈길을 모았다. 하지만 2009년부터 2년 동안 프로야구 사상 최다인 18연패 수모를 당했고, 2011년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이후에도 주로 2군에 머물렀다. 넥센 시절 잠시 한솥밥을 먹었던 김시진 감독이 다시 롯데 사령탑으로 심수창을 영입한 것도 진한 인연이다. 김시진 감독은 심수창을 다음 시즌 롯데의 5선발 후보로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2차드래프트 결과에 따라 선수뿐 아니라 구단별 희비도 엇갈렸다. NC와 KIA, 롯데 등은 실속을 챙겼다. 공교롭게도 최근 이적시장에서 손시헌과 이종욱 등 두산 출신 FA들을 대거 영입했던 NC는 2차 드래프트에서 이혜천까지 영입하며 '김경문 사단'의 재림을 연출했다.
FA 시장에서 손해를 봤던 KIA 역시 2차 드래프트에서는 팀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불펜과 내야에 김상현, 김민우, 김준 등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롯데는 심수창과 이여상을 영입하며 4-5선발과 내야진을 보강한데 만족했다.
이번 드래프트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역시 두산이다. 두꺼운 선수층으로 '화수분'이라는 닉네임까지 붙은 두산은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아 핵심주전과 우수 유망주만으로도 40인 보호선수명단이 모자랐다. 결국, FA 시장에서 이어 이혜천, 임재철, 정혁진 등 아까운 베테랑과 유망주를 대거 놓치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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