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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 다른 신인들’ 김종규-김민구…훈훈해도 웃지 못했다


입력 2013.11.27 09:54 수정 2013.11.27 10:04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뜨거웠던 특급신인 첫 맞대결, 김종규의 LG 판정승

‘급이 다른 기대치’ 빼어난 활약 불구 아쉬움 가득

김종규(왼쪽)와 김민구가 프로 데뷔 후 첫 맞대결을 펼쳤다. ⓒ 창원 LG /전주 KCC

한국프로농구(KBL)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서장훈(은퇴)은 전성기 20-10(득점-리바운드)을 밥 먹듯 하는 유일한 국내 선수였다.

웬만한 국내 선수라면 15점에 6~7개 정도의 리바운드만 따내도 뛰어난 활약이라고 하지만, 그 대상이 서장훈이라면 이튿날 '서장훈 부진'이라는 평가가 따라붙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만큼 서장훈은 기대치부터가 다른 선수였다.

웬만해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서장훈도 마찬가지였다. 훗날 서장훈이 나이를 먹고 어쩔 수 없이 평균기록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시절을 맞이했다. 주변 사람들이 그 나이에도 그런 기록을 올리는데 대단하다며 찬사를 보내도 서장훈은 '이제는 겨우 그 정도 하고도 잘했다는 소리를 들어아하나' 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만일 다른 선수들 같으면 오만하다고 하겠지만 서장훈이기에 그럴 만했다.

올 시즌 프로농구에는 유난히 특급신인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김종규(창원 LG)-김민구(전주 KCC)-두경민(원주 동부) 등은 지금 당장 프로에서도 정상급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이 한꺼번에 데뷔, 프로농구의 재미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치와 부담이 때로는 젊은 선수들에게 독으로 작용하는 면도 없지 않다. 두경민은 동부 입단 이후 매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활약에도 정작 팀이 12연패 수렁에 빠지며 톡톡히 마음고생을 했다.

김민구 역시 최근까지 연패의 늪에서 허덕였다. 김종규는 대학과 수준이 다른 프로에서 외국인 선수들과의 몸싸움과 체력적 부담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이미 프로 수준으로 손색이 없다고 찬사를 받던 준비된 신인들이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어쩔 수 없는 단점들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두경민은 빼어난 득점력에 비해 간혹 무리한 개인플레이가 약점으로 지적된다. 김민구의 수비나 경기운영의 기복, 김종규의 포스트플레이 등도 아직은 더 보완이 필요하다.

물론 신인임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들에 대한 기대치 또한 보통의 신인들과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26일 전주실내체육관서 열린 KCC-LG전에서는 경희대 동기인 김민구와 김종규가 올 시즌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쳤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강력한 신인왕 경쟁자로 꼽히는 둘의 자존심 대결은 팬들에게 큰 화제가 됐다.

대체로 움직임은 좋았지만 아쉬운 장면들도 눈에 띄었다.

김종규의 경우, 골밑에서의 조급함과 집중력 부족이라는 심리적인 약점이 또 드러났다. 높이가 그리 강하지 못한 KCC를 상대로 김종규는 장민국, 노승준 등 KCC 포워드들에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서두르다가 손쉬운 골밑 득점 찬스를 종종 놓쳤다.

리바운드도 9개를 따냈지만 순간적으로 박스아웃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공격 리바운드를 뺏기는 장면도 많았다. 순간순간의 높이와 운동능력을 활용한 앨리웁 덩크 등은 화려했지만, 아직 경기흐름을 읽는 판단력이 부족한 신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민구는 초반 야투감각이 좋지 않았다. 경기 중 발목까지 다쳐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럼에도 어려울 때마다 결정적인 득점포를 꽂아 넣으며 개인 활약에서는 오히려 김종규를 능가했다. 김민구는 이날 13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68-63 승리를 이끈 김종규 쪽이었다.

치열한 승부를 펼쳤던 두 신인은 경기 후에 다시 친구로 돌아가 서로를 격려하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경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100% 만족하지 못했다. 진 쪽은 졌기 때문에 아쉬웠고, 이긴 쪽은 이긴 쪽대로 자신의 플레이에 아쉬움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했다.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래야 옳다. 그들은 이날 보여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줄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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