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투레 패러다임’ 메시·호날두 양강 깨나
중앙 미드필더로서 공격까지 수행, 독보적인 활약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로 양강 체제 무너뜨릴 후보
프리미어리그의 ‘본좌급 캐릭터’로 발돋움한 야야 투레(30·맨체스터 시티)가 올 시즌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2일(한국시각),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14 캐피털 원 컵’ 선덜랜드와의 결승서 야야 투레의 맹활약에 힘입어 3-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선발 출장한 기성용은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아쉽게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야말로 야야 투레의 존재감이 빛난 경기였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투레는 공격과 수비, 모든 분야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 압도적인 피지컬을 앞세운 그의 플레이는 기성용을 비롯한 선덜랜드 미드필더들이 막아내는데 역부족이었다.
특히 투레는 후반 10분 추격의 발판이 된 동점골을 직접 만들어냈다. 사발레타의 패스를 받은 투레는 곧바로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선덜랜드 골문 왼쪽 사각지대에 찔러 넣었다. 이른바 그 어떤 골키퍼도 막기 어렵다는 야신존에 꽂힌 슈팅이었다.
올 시즌 투레의 활약은 크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레는 현재 13골로 프리미어리그 득점랭킹 공동 4위에 올라있으며 10위 이내 선수 중 유일하게 미드필더 포지션에 위치해있다. 골의 대부분은 역시나 프리킥이다. 그의 정확한 오른발 인사이드 킥은 위치를 불문하고 골대 구석을 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활약으로 투레는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가 제공하는 선수 랭킹에서 미드필더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전체 선수 중에서는 루이스 수아레즈(리버풀), 에당 아자르(첼시)에 이어 3위에 랭크돼있다.
골 뿐만이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투레의 경기력은 EPL 최상급이라 할 수 있다. 경기당 패스 횟수에서 1위(74.8회)에 올라있는 투레의 패스 성공률은 무려 90.3%다. 이로 인해 맨시티 공격수들은 리그 최고 수준의 패스를 제공받고 있으며, 팀 득점 1위(69골)를 달리는 이유도 투레가 있기 때문이다.
투레는 수아레즈와 함께 올 시즌 후 프리미어리그가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의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수아레즈가 압도적인 공격 포인트(24골-10도움)를 올리고 있지만 투레에게 상을 수여해도 이견이 없을 정도다. 관건은 리버풀과 맨시티 중 누가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는가에 달려있다.
하지만 두 선수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르다. 수아레즈가 리그를 대표하는 뛰어난 공격수에 그친다면, 투레는 향후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중심축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축구 시장의 추세는 철저하게 공격수 위주로 편성돼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90년대 이후 현대 축구로 넘어오면서 전술과 수비가 강화되고 미드필더의 역할이 크게 늘었지만,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이를 파괴한 독보적인 공격수들이 등장했다. 바로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다.
물론 시대를 대표하는 공격수들은 늘 있었다. 하지만 메시와 호날두는 한해 4~50골 이상 퍼부으며 득점력이 약화된 현대 축구의 흐름을 깨뜨렸다. 메시, 호날두 외에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라다멜 팔카오 등도 같은 유형의 선수라 할 수 있다.
이들을 보유한 팀들의 전술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하다. 에이스를 중심으로 한 매 경기 ‘득점 퍼주기’ 공식이라는 얼개는 같다. 여기에 팀 색깔에 맞는 전략을 입혀 선수들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바르셀로나의 경우 패스마스터 샤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메시에게 패스를 몰아주고 있으며, 호날두 역시 사비 알론소의 대지를 가르는 패스와 포백라인을 붕괴 시키는 디마리아의 움직임 등으로 보다 수월하게 골을 넣고 있다.
하지만 투레는 다르다. 투레 역시 미드필더라는 포지션 특성상 세르히오 아게로, 다비드 실바 등 동료 공격수들에게 패스를 제공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고 있지만, 자신이 직접 공격을 마무리 짓는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투레는 세계 최고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라 해도 손색이 없다. 물론 수비 시 적극적이지 못한 플레이가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193cm의 장신인 그가 합류하는 것만으로도 상대 공격은 움츠려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투레의 진가는 수비가 아닌 공격 전개과정에서 빛을 발한다.
그렇다고 투레를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라는 틀 안에 묶어 두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투레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의 교과서인 패트릭 비에이라와 곧잘 비교가 되지만 비에이라의 최우선적인 역할은 수비였다. 그리고 그의 존재감은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지네딘 지단과 어울렸을 때 큰 힘을 발휘했다.
비록 수비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투레는 비에이라와 지단의 역할을 동시에 소화하는 만능형 멀티플레이어로 평가 받는다. 활동량이 넓지 않음에도 정확한 판단력에 이은 패스로 공격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어느 틈에 최전방으로 침투해 직접 마무리를 짓기도 한다. 그야말로 수비형 미드필더와 플레이메이커, 쉐도우 스트라이커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선수가 야야 투레다.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FIFA 발롱도르(FIFA 올해의 선수 및 발롱도르 포함)는 지난해까지 메시(4회)와 호날두(2회)가 6년째 양분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이니에스타와 샤비, 그리고 프랭크 리베리가 아성을 깨기 위해 도전했지만 2위에 오르기도 벅차보였다.
투레는 메시와 호날두 양강 체제를 깨뜨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손꼽힌다. 투레가 제시하고 있는 미드필더의 새로운 역할은 공격수만큼 파괴적이며, 지단의 아트사커에 견줄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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