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굿바이히트야 희생번트야' 저의두고 설왕설래
정몽준 비해 경선결과 타격 없어 홀가분 대권행보 염두?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역전 굿바이히트를 치겠다”며 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희생번트를 하겠다”는 묘한 발언이 갖가지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떤 선거든 일단 출마를 하면 ‘승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김 전 총리의 발언은 오히려 상황에 따라 ‘최고의 조연’이 되겠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스스로도 “여당의 승리를 최우선 목표로 두겠다”고 밝혀 이 같은 해석에 무게추를 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총리가 뒤늦게나마 출마 결심을 내린 데 대해 ‘차기 대권을 향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총리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 본인은 “당선된 뒤 시정에 전념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그의 주변에서는 대법관에 감사원장, 국무총리까지 지냈는데 서울시장 하나를 보고 출마하겠는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인 서울시장, 최장수 국무총리, 호남 출신 후보라는 점이 상승작용을 일으킬 경우 단숨에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전 총리가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차기 대권주자로서 디딤돌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내 한 관계자는 17일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김 전 총리 입장에서는 출마를 통해 국민의 관심을 온몸으로 받게 된 셈”이라면서 “정 의원은 경선에 패배할 경우 정치생명에 타격이 크지만, 사실상 맨손으로 출발한 김 전 총리는 패하더라도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총리가 경선을 앞두고 굳이 ‘희생번트론’을 내세운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최근 당내 경선 분위기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일단 상대가 ‘정몽준’이라는 거물급 인사다. 정 의원은 대권에 두 번이나 도전했으며, 차기 대권주자로도 유력한 인물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야권의 안철수 무소속 의원을 앞지르기도 했다.
정치계에서는 ‘신인’으로 분류되는 김 전 총리로서는 승패에 관계없이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데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상대인 셈이다.
경선 일정도 플러스 요인이다. 새누리당은 오는 4월 10일부터 서울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순회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각 권역을 돌면서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진행되면 자연스레 김 전 총리에 대한 지명도 또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김 전 총리 입장에서는 이번에 안 되더라도 정말 멋진 승부를 해야 한다”며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서울시장이 되고 한 사람은 패하더라도 자연스레 대권주자가 되는 게 당으로서는 최선”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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