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박인데..." 화폐·금융통합 팔짱 낀 정부
"통합금융·화폐와 관련 연구가 적은 것은 사실…통준위 신설되면 적극 지원할 것"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으로 남북경제통합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정작 남북경제 통합의 핵심 과제인 '화폐통합'과 '금융통합'에 대한 정부주도의 연구·조사는 지지부진하다.
현재 정부, 민간 차원에서 남북한 경제협력 사업과 관련된 연구·용역은 쉽게 찾아 볼 수 있지만 통합 화폐·금융에 대한 정부차원의 연구결과·용역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 등이 공식적으로 발표될 경우 북한을 자극하는 '대북메시지'가 작용할 가능성 때문에 정부는 통합 화폐·금융 준비·연구에 소극적이다.
14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신설될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의 정책기조에 따라 남북통합화폐·금융과 관련된 조사·연구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정부는 민간에 통합화폐·금융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낸 건수도 전무하며, 정부 내부적으로 관련 연구·조사를 벌인 내용에 대해서도 공식화 하지 않고 '쉬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 통합금융·화폐, 통일 후 북한의 국유재산 처리 문제 등과 관련된 연구·조사를 중장기 남북경제 통합 테마에 넣어놓고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조사가 공식화될 경우 북한을 자극할 수 있어 이를 외부에 공표하거나 발표하기에는 신중한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 때문에 학계에서도 관련 논의의 진척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남북 통합을 운운하면 북한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관련 주제에 대한 연구·논의에 민감하다"면서 "이 때문인지 학계에서도 금융·화폐 통합에 대한 논의를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표면적으로 정부와 학계가 내놓고 있는 통합금융·화폐와 관련된 연구가 적어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전체적인 남북경제 연구 비중을 보면 남북 경협 쪽의 연구가 훨씬 활발하다"면서 "통준위가 설립되면 이 기조에 맞춰 (통합 화폐·금융)관련 연구·조사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당국자는 "정부 개별 부처나 민간 연구기관에서 통합화폐·금융에 대해 진행한 연구결과가 있긴 하지만 공유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면서 "통준위가 설립되면 남북 경제통합과 관련된 조사·연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정부의 경제관련 부처에는 남북·북한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전담부서가 없거나 그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대외경제국 산하에 남북경제과와 남북경협팀을 통해 북한 나진-러시아 하산 프로젝트 등 다자간 경제협력프로젝트 및 남북경제협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 통합경제의 핵심인 '금융통합'과 '화폐통합'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은 경제연구원 산하의 국제경제연구실에서 남북통일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통일경제·북한경제를 전담하는 부서는 없다. 북한의 특정한 경제 분야를 다루기보다는 북한경제 일반·통일유형·독일통일 사례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에 이주열 한은총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통일문제와 관련해 중앙은행도 해야 할 역할이 크다"면서 "그동안 한은 내에 관련 전담부서는 없었지만, 향후 통일과 관련한 화폐·경제 통합 문제를 연구하는 전담부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정책금융공사의 경우 재무관리본부의 조사연구실 산하에 북한경제연구팀이 남북경제·북한경제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화폐 등 남한과 북한의 금융 통합은 남북경제 통합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면서 "경제부처의 남북경제·통일담당 부서의 규모와 인력을 늘려 업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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