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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포위' 고아라가 어색한 이유 '헌법 7조' 때문


입력 2014.05.15 08:59 수정 2014.05.15 09:03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김헌식의 문화 꼬기>성장드라마 의미있으나 경찰 업무 특성 간과 발언 '티'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되었다' 동영상 화면 캡처.

무협 소설이나 영화에서 고수의 제자들은 물 긷고, 밥 짓고 청소를 도맡아 한다. 하찮은 것부터 시작한 제자들은 어느새 성장해 스승의 역량을 뛰어 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런 방식의 서사 구조를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동양적 사고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동양적 사고에서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있다.

영화 ‘트랜스포머’가 국내에서 개봉되었을 때, 많은 관객들은 이 과정적 측면 때문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관객들은 자동차가 로봇으로 로봇이 자동차로 바뀌는 과정을 자세히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런 변신 과정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좀 더 자세히 과정을 보여주기를 원했지만 할리우드에서 바란 것은 재빠른 변신이었다. 이러한 점은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이 변신 과정을 자세히 다룬 것과 다른 점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변신의 단계별 과정을 매우 강조했다.

어느새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은 훌륭한 무술 실력은 물론 뛰어난 지략을 가진 존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능력을 갖게 되었는지 쉽게 생략했다. 수련의 과정이나 성장의 단계는 거세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영웅들의 초인적인 능력을 통해 강력한 액션 효과를 보여주려 했다. 원래부터 뛰어난 존재였다는 신화성을 강조할 뿐이었다.

경찰이나 특수요원들의 등장은 더욱 심했다. 때문에 관객들의 기대 수준을 높여 놓았고, 웬만한 능력을 보이지 않고는 수용자들이 감동을 하지 않게 되었다. 경찰대 출신, 특수 부대 출신, 특별 정보국 소속이라는 타이틀이 그들의 능력을 전제해줄 뿐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배트맨 시리즈가 리부트 영화의 신기원을 낳을 수 있었던 것은 배트맨이 성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과 달리 배트맨은 초인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데 더욱 이에 부합했다. 관객들은 성장해가는 주인공과 같이 동반자가 되면서 그가 빨리 뛰어난 존재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과정적 재미를 즐긴다.

그런 면에서 이승기․고아라 주연의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되었다’는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신출내기 형사들이 어떤 과정과 경험을 통해서 성장해 나가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서사 구조에서는 신입 형사들이 얼마나 엉터리이고 오합지졸인지 보여준다. 추락의 끝이 없어 보일수록 다시 올라갈 가능성은 무궁해진다.

다만, 경찰을 일반 사회인과 같이 취급하는 여주인공의 빈번한 발언은 경찰 업무가 가지는 특성에 대한 간과를 낳게 할 수 있다. 과거보다 경찰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좋아진 점과 취업난의 강화는 경찰 직종에 대한 선호를 강화했는데, 대중문화콘텐츠에서는 현대인들의 조직생활의 일상성을 경찰분야에 적용해 왔다.

단지 범죄를 수사하는 이들이 아니라 그들도 현대의 조직구성원이라는 점을 통해 관객의 호응을 받으려 했다.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되었다’는 특정한 분야에 진출한 신입 조직 구성원들이 스스로 성장해 가는 점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많은 영상 콘텐츠들이 공적 존재들의 개인적 실존을 우선하여 그 존재론적 근원을 망각하게 했다. 형사는 어떤 동기를 가지고 힘든 업무를 하는 것일까?

개인적인 원한을 풀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정말 정의감, 사명감 때문일 수 있다. 아니면 사회인이 되기 위한 소박한 꿈을 갖는 것이야 제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들은 개인으로만 남을 수 없는 공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범죄를 다루는 사람이기 이전에 경찰 아니 나아가 공무원이라는 특성은 헌법정신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헌법 제7조 ①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그들의 존재 이유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무엇이 이에 부합하는 것인가 끊임없는 판단과 선택의 갈림길에 처하게 한다. 그래서 힘든 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과정과 성장은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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