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박 대통령의 세월호 눈물, again 2004? 2010?


입력 2014.05.19 20:08 수정 2014.05.23 16:49        조성완 기자

2004년 천막당사처럼 분위기 반전할지, 2010년 지방선거 패배한 MB될지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도중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6·4 지방선거를 16일 앞둔 19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담화 도중 흘러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이 지난 2004년처럼 분위기 반전의 단초를 마련할지 아니면 2010년처럼 역풍으로 다가올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대국민담화 도중 마지막까지 승객들을 탈출시키다 끝내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목소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흔들리던 목소리는 결국 눈물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에 처음으로 흘린 눈물은 제17대 총선을 불과 보름정도 앞둔 지난 2004년 3월 30일 ‘TV정강정책연설’을 진행하던 도중이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수백억원의 기업 비자금을 대선 자금으로 수수한 이른바 ‘차떼기 사건’으로 당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새천년민주당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키면서 지지도가 결정적으로 하락했다.

당 내에서 ‘쇄신파’로 분류되며 뚜렷한 지지기반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던 박 대통령이 부각한 게 바로 이때였다.

박 대통령은 전당대회에서 총선 승리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탄핵의 정당성을 주장하던 홍사덕 전 의원을 제치고 대표로 선출됐다. 쇄신을 내세우며 헐값에 당사를 처분하고 허름한 천막 당사를 설치하는 등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았다.

등을 돌린 국민들에게 읍소하던 박 대통령은 ‘TV정강정책연설’에서 눈물을 글썽이면서 “가장 절망적인 위기에서 제가 대표로 선택받았다. 절망에 빠진 가정의 어머니가 된 심정으로 해나가겠다”라며 “어머니가 강한 것처럼 무슨 어려운 일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4월 15일 치러진 선거에서 당초 50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되던 한나라당은 영남 지역의 지지에 힘입어 원내 121석을 확보, 선거운동기간 초기에 예상되던 참패를 면했다. 당내 기반이 미비했던 박 대통령이 단지 ‘쇄신’이라는 명목 하나로 일궈낸 성과다.

역풍으로 작용한 MB의 천안함 눈물, 결국은 '진정성'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눈물이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온 이명박 전 대통령의 눈물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두가지 눈물은 모두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 그리고 눈물을 보인 직후 외부 일정이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한달여 앞둔 지난 2010년 4월 19일 아침 라디오연설에서 “대통령의 호명에 여러분 한사람 한사람이 관등성명을 대면서 우렁차게 복창하는 소리가 제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라며 천안함 장병 46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슬픔에 젖었다.

흐르는 눈물을 감당하지 못한 이 전 대통령은 결국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에 열린 제50주년 4·19 혁명 기념식에 참석해서는 웃는 얼굴로 학생들과 인사를 나눴고,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함께 밝게 웃으며 행사장에 나서는 모습도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전 대통령의 눈물은 결국 그해 열린 지방선거에서 역풍으로 작용하면서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패배’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국민들이 대통령의 눈물에 대해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고 ‘천안함 정국’을 강조하기 위한 이미지 정치의 도구로만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었다. ‘국방의 총책임자’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책무도 지고 있었다. 하지만 국민이 바라보기에 이 전 대통령의 눈물은 ‘책임자’로서의 위치보다는 현재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용도였다는 데 더 무게감이 실렸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했던 한 참모진은 이후 “당시 내가 옆에서 봤을 때 진정성을 느꼈는데 국민들이 보기엔 아니었던 것 같다”며 “정치지도자의 눈물은 국민들이 진정성을 느끼느냐의 여부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고 대통령의 눈물을 회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전 대통령과 상황적으로 닮은 점이 많은 박 대통령의 눈물을 두고 정치권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대국민담화 직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진정한 사과의 말씀”이라고 평가한 뒤 “지금까지 재난 안전사고에서 한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대단히 충격적이고 대담한 발상의 전환”이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인 민병두 의원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면서도 “사과가 좀 더 길었더라면 (좋았다고) 생각한다. 사과는 짧고 눈물은 길었다”고 비판했다.

2004년 당 대표로서의 박 대통령은 쇄신의 이미지를 앞세웠다. 이에 따라 눈물 섞인 호소는 국민들의 마음에 진정성 있게 다가갔다. 10년이 지난 지금 박 대통령의 위치는 바뀌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초기대응 미비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행정의 수반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진 박 대통령의 눈물을 두고 민심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여론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기사 모아 보기 >
0
0
조성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