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동양증권…세월 속 잊혀진 증권사
동양사태 불거진 이미지 추락, 대만 유안타 증권 인수 절차에 따라 유안타증권 사명 변경 예정
창립 이후부터 30여년간 사용해온 동양증권 사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증권은 이번에 최대주주로 올라선 대만 유안타증권의 사명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오는 8월 사명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을 임시주주총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동양증권은 대만 유안타증권의 계열회사로 편입되기 전까지 인수합병 등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치는 중에도 사명만큼은 굳건히 지켜왔다.
하지만 동양사태로 불거진 이미지 추락으로 동양안팎에서는 상호 변경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번 대만 유안타 증권의 동양증권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회사 이름은 유안타라는 이름으로 변경될 전망이다.
동양증권은 1962년 6월 일국증권으로 설립된 후 상호변경과 인수·합병을 통해 꾸준히 사세를 확장해왔다.
1985년 지금의 동양증권으로 상호를 바꾼후 1988년 1월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한데 이어 2001년 10월에 동양현대종합금융을 흡수합병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동양종합금융증권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2002년 10월 증권과 종금을 통합 개설하고 2005년 10월 동양오리온투자증권을 흡수합병했다.
이후 동양증권은 한때 증권사의 신성장동력이었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시장에서 독보적인 강자로 군림해왔다. CMA 누적 가입계좌수는 매년 급증하며 단숨에 업계 1위에 올라섰다.
2011년 종금라이센스의 만료로 사명이 동양종합금융증권에서 동양증권으로 바뀌면서 실적부진이 뚜렷해졌다.
하지만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과도한 욕심은 비교적 50여년간 성장가도를 이어나가던 증권사에 불완전판매 온상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면서 이미지를 추락시켰다.
이후 재무구조 개선과 기업정상화를 위해 동양증권의 매각절차가 본격화됐고, 국내 증권업 진출 의지가 강했던 대만 유안타증권의 동양증권 지분 인수타진이 성사되면서 매각 작업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로써 현재 유안타증권의 동양증권 인수절차는 거의 마무리 단계다. 유안타증권은 동양증권 구주와 유상증자로 배정받은 신주 대금 2750억원을 모두 완납했다.
유안타증권은 자회사인 '유안타 시큐리티스 아시아 파이낸셜 서비스'를 통해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동양증권 지분 27.06%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물량을 받아 53.61%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대주주로 등극했다.
동양증권은 12일 이사회를 개최해 서명석 대표이사 사장과 황웨이청 유안타증권 국제경영부문 수석부사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업이 신뢰가 중요한 만큼 이미지가 실추된 기업 사명으로는 영업활동에 있어서 부담이 크다"라며 "기업 정상화와 새로운 영업전략을 펼치려면 사명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30여년간 사용했던 동양증권의 상호 변경으로 그동안 역사속으로 사라진 증권사 상호에도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사들은 영업력을 강화하거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상호를 변경해왔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2007년 모그룹인 유진그룹과의 시너지를 위해 53년간 사용하던 서울증권에서 상호를 변경하기도 했다. 유진투자증권으로의 사명 변경은 항간에 떠돌던 매각설을 불식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1994년 11월 지금의 교보증권으로 사명을 바꾼 대한증권은 1949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증권사이다. 당시 대한증권은 증권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영업실적 부진으로 부채가 늘면서 1년간 휴업을 하기도 했다.
대한증권은 신일기업, 서울은행을 거쳐 1994년에 교보생명에 피인수 되면서 설립된지 45년만에 교보증권이라는 이름을 달게됐다.
1955년 설립된 신우증권도 경신증권, 동방증권, 태평양증권, 선경증권을 거쳐 현재는 SK증권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NH농협증권과 합병하는 우리투자증권의 이름 변천사도 화려하다. 1969년 설립될 때는 한보증권이라는 이름에서 시작하다가 1975년 대보증권으로 처음 이름을 바꾼후 이어 럭키증권, LG증권, LG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으로 변신했다. 이번 NH농협증권과 합쳐지면서 NH우투증권으로 바뀔 예정이다.
이외에도 상호명이 바뀌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진 대유증권(현 골든브릿지증권), 삼락증권(현 대신증권), 성도증권(현 한화투자증권), 국일증권(현 현대증권) 등이 있다.
한편 1997년 외환위기(IMF) 여파로 고려증권과 동서증권 등이 부도처리되며 상호와 회사가 통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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